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나만의 노래를 갖기 위해 나는 멈출 수 없어! 우아하게 높여줄 나의 노래는 끝나지 않았어!

우리는 사랑을 환대하며 곧 있을 고통을 예감하지 못할 정도로 어리석지도 않으면서, 두 팔 벌려 받아들이지. 그건 우리의 죄명이 사랑으로 둔갑되기를 갈망하기 때문이야!

그래서 사랑에 빠진 자는 죄인이 아닌 자가 없어!

사랑의 거처가 감옥이 아닌 경우가 없어! 사랑! 다른 이들과 더불어 사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해. 넓게는 동시대의 사람, 또 범위를 좁히자면 문단의 동료들. 전에는 내가 좋아하고 재미있어 하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아.

옥탑방에서 혼자 글 쓰던 시절에는 자기도취에 종종 빠졌지만, 이제 세상에는 나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 그렇다고 내가 공명심이 있는 것은 아니야. 그저 내가 가는 길이 틀린 길이 아니길 바랄 뿐! 나에게는 기적이란 없어!

고전비극에서 주인공의 단 하루가 그의 일생과 명운을 밝혀 주듯, 한 소절이나 한 장면이 작품 전체를 밝혀주게 마련이야. 그것을 인지하는 게 독자들의 의무야!

나는 일상 속 길을 경험과 생각들을 담아 낸 글로 주변의 생활상을 읽어내고, 또 집단성을 형성해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기도 해. 그렇다면 옛날에는 어땠을까. 조선시대에도 이처럼 글을 통해 시대의 변화를 가져온 사람이 허균, 이용휴, 박지원, 이덕무, 박제가, 정약용, 이옥, 이들 문장가들이야. 이들은 형식과 내용의 제약에서 벗어나 일상을 다채롭게 표현한 글쓰기로 동시대의 삶을 움직였어.

전형적인 선비들이 말하려 하지 않았던, 이전의 문학에선 소재로 잘 쓰지 않던 것을 즐겨 다뤘어. 여성과 평민을 소외 계층의 일상에서부터 음식, 바둑, 담배, 기호식품까지 다양한 소재를 당당하게 문학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자신의 내면을 스스럼없이 표현했어. 예나 지금이나 좋은 문장에는 공통점이 있어. 생각과 소화의 전달에 치장이 없어 불편하지 않다는 거야.

“네가 죄를 지어 바닷가로 거처를 옮긴 후부터는 밥상에 올라오는 것이라곤 썩은 뱀장어와 쇠비름, 미나리에 불과했어. 산해진미를 입에 물리도록 먹어서 물리치고 손도 대지 않던 옛날의 먹거리를 떠 올리며 언제나 침을 흘리곤 했다.

” ‘푸줏간 옆에서 입을 크게 벌려 입맛을 다신다’는 뜻의 허균의 ‘도문대작’의 내용이다.

허균이 귀양지에서 유폐된 채 입에 맞지도 않는 음식을 억지로 먹게 되자, 지난날 맛보았던 추억의 음식을 떠올리며 쓴 책이다.

흥미로운 일상사에 시선을 둔 허균의 사유 덕분에 ‘도문대작’은 한국의 식품사에서 가장 오래된 중요한 문헌이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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