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도가 넘는 찜통더위 기승…‘부채’, ‘얼음물’ 없어 “땀범벅”

천막 안의 온도는 31℃가 넘어 찜통으로 변해 추모제에 참석한 80세가 넘은 노병들은 더위를 식혀줄 마땅한 것이 없어 행사 리플릿을 부채대용으로 연신 흔들어 댔지만 몸은 더욱 지쳐가 눈을 감고 있다.
천막 안의 온도는 31℃가 넘어 찜통으로 변해 추모제에 참석한 80세가 넘은 노병들은 더위를 식혀줄 마땅한 것이 없어 행사 리플릿을 부채대용으로 연신 흔들어 댔지만 몸은 더욱 지쳐가 눈을 감고 있다.

(세종매일=김윤수 기자) “이들 또한 누군가의 자랑스런 아들이고 나라를 위해 기꺼이 아들들을 내줬는데 아무런 배려 없이 한여름 불볕더위를 고스란히 머리 위로 맞고 있는 것을 보니 마음 한쪽이 아려왔습니다.”

매년 반복되는 여름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개미고개 6.25격전지 추모제를 주관한 대한민국무공수훈자회 세종시지회의 준비·진행 미숙으로 추모제에 참석한 6.25 참전용사를 비롯한 내·외빈을 위한 배려가 전혀 없어 ‘땀범벅’ 행사로 전락됐다.

지난 11일 세종시 전동면 소재 개미 고개 ‘자유 평화의 빛’ 위령비 앞에서 ‘제11회 개미고개 6.25격전지 추모제’가 개최됐다.

이날 428명의 미군전사자를 추모하기 위해 21발의 조포가 발사됐다. 추모제 조포 발사를 위해 제32사단 국군장병들이 동원됐는데 오전 11시 5분 조포발사를 하고 추모제가 끝나는 낮 12시 20분까지 행사장 맨 뒤에 서서 한낮 땡볕을 온몸으로 받고 있어 보고 있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고 추모제에 참석한 6.25참전자회 노병은 아쉬움을 전했다.

제32사단 조총수들은 행사 내내 뜨거운 햇볕 아래에 서서 적십자회 어머니들이 종이컵에 건네는 미지근한 물 한잔으로 더위를 쫓을 수밖에 없었고 행사 관계자들의 무관심 속에 잊혀졌다.

또한 추모제 행사장은 흰 천막으로 그늘막을 만들었는데 천막 안의 온도는 31℃가 넘어 찜통으로 변해 추모제에 참석한 80세가 넘은 노병들은 더위를 식혀줄 마땅한 것이 없어 행사 리플릿을 부채대용으로 연신 흔들어 댔지만 몸은 더욱 지쳐만 가서 눈을 감고 있는 노병이 많이 보였다.

추모제 조포 발사를 위해 동원된 제32사단 국군장병이 오전 11시 5분 조포발사를 하고 추모제가 끝나는 낮 12시 20분까지 행사장 맨 뒤에 서서 한낮 땡볕을 온몸으로 받고 있다.
추모제 조포 발사를 위해 동원된 제32사단 국군장병이 오전 11시 5분 조포발사를 하고 추모제가 끝나는 낮 12시 20분까지 행사장 맨 뒤에 서서 한낮 땡볕을 온몸으로 받고 있다.

추모제 행사는 매년 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 10일을 전·후에 열리는데 땀을 식혀줄 ‘부채’나 ‘얼음물’조차도 준비하지 않고 ‘오늘은 지난해 행사 때보다 덜 덥다’는 행사 진행 사회자의 말이 왠지 비꼬는 것처럼 들렸다며 추모제에 참석한 노병은 다음부터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이날 찜통더위로 시원한 물(얼음물)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추모제 행사장에는 얼음물을 준비하지 못해 행사 관계자가 물을 구해오는 해프닝이 있었다. 하지만 구해온 물이 차가운 얼음물이 아니고 상온에 노출된 미지근한 물이어서 땀을 많이 흘려 갈증에 시달리는 행사 참석자들의 목마름을 해결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했다.

행사를 주관한 대한민국무공수훈자회 세종시지회 관계자의 준비·진행 미숙으로 찜통 행사로 전락됐는데 오히려 추모제 행사 진행을 보조한 적십자회 어머니는 “시원한 물을 찾는 분들이 너무 많았는데 미쳐 차가운 얼음물을 준비하지 못해 죄송스럽다”고 미안함을 내 비췄다.

올해로 열한 번째나 행사를 주관한 대한민국무공수훈자회 세종시지회는 매년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데 부채나 얼음물을 준비하지 않아 추모제 행사 내내 흰 천막 아래 31℃가 넘는 찜통더위를 고스란히 참고 있는 6.25 참전용사를 비롯해 주한미군, 상이군경, 전몰군경 등 추모제를 빛내주기 위해 먼 길을 마다치 않고 달려와 준 모든 참석자에게 머리 숙여 사죄해야 한다.

특히 이날 조포 발사를 위해 참석한 32사단 김원식 하사를 비롯한 7명의 국군장병을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도록 한여름 땡볕에 세워 둔 것에 대해서는 내년부터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가슴속 깊이 반성해야 한다.

또한 대한민국무공수훈자회 세종시지회 회원들의 나이가 80세가 넘어 추모제 행사를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추모제에 참석한 이 모씨는 “80세가 넘는 고령자들이 행사현장에서 차량 주차를 돕는 것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며 “추모제 행사의 준비와 진행이 순조롭게 하기 위해서는 젊은 사람들이 주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추모제 행사 준비 진행 미숙으로 생긴 모든 일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돼 새겨서 열두 번째 행사부터라도 철저히 준비해 행사에 차질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추모제는 이춘희 세종시장, 랜스 케네스 켈버트 美 제2전투항공여단장, 이명현 대전지방보훈청장, 정형희 제32보병사단장, 보훈단체장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국민의례를 시작으로 헌화 및 분향, 추모사 및 추모공연의 순으로 진행됐으며 전사한 미군 장병의 명복을 비는 최영란무용단의 ‘진혼무’가 장엄하게 펼쳐져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이춘희 시장이 추모사에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의 공훈을 기리고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굳게 다지자”고 말하고 있다.
이춘희 시장이 추모사에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의 공훈을 기리고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굳게 다지자”고 말하고 있다.

이춘희 시장은 추모사에서 “오늘의 대한민국은 한국전쟁 당시 꽃다운 생명을 바친 숭고한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의 공훈을 기리고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굳게 다지자”고 말했다.

올해 11회를 맞는 ‘개미고개 6.25격전지 추모제’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 7월 9일부터 11일까지 개미고개 전투에서 사망한 美 24사단 21연대 428명 파병용사를 추모하기 위해 매년 개최되고 있다.

세종시는 6.25전쟁 당시 치열했던 개미고개전투를 재조명하고 이들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전사자 428명의 이름을 새긴 명판을 지난해 6월에 설치하는 등 공원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개미고개 일원에 600㎡ 규모의 무궁화동산을 조성해 나라 사랑 정신을 되새기는 소중한 명소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전사한 미군 장병의 명복을 비는 추모공연으로 최영란무용단의 ‘진혼무’가 장엄하게 펼쳐지고 있다.
전사한 미군 장병의 명복을 비는 추모공연으로 최영란무용단의 ‘진혼무’가 장엄하게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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