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공전속 원구성 파행 책임 공방만…‘도행역시’ vs ‘고육지책’

2016년 세종시의회 시무식 장면. 집행부에 대해 상호견제 및 새로운 정책대안을 제시하자는 다짐은 사라진지 오래고 자리다툼에 매진하고 있다.
2016년 세종시의회 시무식 장면. 집행부에 대해 상호견제 및 새로운 정책대안을 제시하자는 다짐은 사라진지 오래고 자리다툼에 매진하고 있다.

새누리당 ‘기본상식과 순리를 역행하는 더민주 세종시의원’
더민주당 “똥 묻은 개가 겨 묻은개를 나무란다”

지난 5일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세종시의회 후반기 원구성 파행관련 더민주당의 사과와 합의 준수를 촉구했고 이에 더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나름의 사과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개를 나무란다”고 화답했다.

이것이 현 시점에서의 세종시의회 현 주소며 부끄러운 민낯이다.
세종시의회는 지난달 30일 후반기 의장 및 부의장 선거 이후 지난 1일 상임위원장 선거를 시작으로 모든 의사일정이 중단된 상태다.

행정복지위·산업건설위·의회운영위·교육위원장에 대한 선거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김복렬(새누리당) 행정복지위원장, 안찬영(더민주당) 산업건설위원장만을 선출하고 나머지 상임위원장 선거는 양당간의 합의안의 불이행에 따른 책임 공방속 사라졌다.

▲7월 1일 4개 상임위원장 선거…양당 합의안 깨져, 운영위·교육위원장 선출 무산
당초 양당은 의회운영위원장 김선무 의원(새누리당), 교육위원장 이태환 의원(더민주당)으로  합의를 했지만 운영위원장 선출과정에서 김정봉 의원(무소속)이라는 ‘돌출 변수’가 등장한다. 당초 합의와는 달리 김정봉 의원에게 7표가 나오면서 김선무 의원의 운영위원장 선출이 무산된 것.

이후 세종시의회는 시민은 안중에 없고 상임위원장 선출이 마무될 때까지 각종 의사일정은 무기한 연기되며 헛바퀴만 돌며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새누리당 입장에선 일단 양당의 원내대표인 이경대 새누리당 의원과 박영송 더민주당 의원간의 합의사항을 더민주당이 깨뜨린 만큼 원구성 파행 책임의 상당부분은 더민주당에 있다는 판단이다.

반면 더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의장 선출에서 더민주당 소속 고준일 의원과 박영송 의원이 나와 고 의원이 당선됐지만 그를 제외하면 무소속 이해찬 의원 계파 일색인 다른 의원들의 입장에선 분명히 같은 당소속이지만 홍길동처럼 ‘호부호형(呼父呼兄)하지 못한다’는 관계다.

이렇게 같은 당임에도 마땅치 않은 고 의원이 당선됐고 다수당으로서 정국을 이끌기는커녕 수세적인 상황에서 상임위원장 2대2 배분 합의에 대한 반발 내지 일종의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한 새누리당 의원보다는 무소속 의원이 났고 또 무소속 의원을 배려하며 의정을 펼친다는 시선도 잠재해 있을 것이다.

▲합의 불이행에 따른 책임론…기자회견 및 성명서를 통한 진실 공방
양당 합의 과정이 어떻게 됐는가에 시선이 쏠린다.
이와 관련 지난 5일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은 도리를 따르지 않고 무리하게 행하거나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다는 ‘도행역시(倒行逆施)’라는 고사성어로 포문을 열었다.

이들은 먼저 시의회가 파행으로 치닫는 현실에 대한 사과의 말을 하면서도 이에 대한 책임은 더민주당쪽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의회의 기본인 당대당 합의를 무참히 깨뜨린 상황에서 향후 정상적인 의회 운영을 위한 상호 합의가 지켜질지 의구심이 든다며 더민주당 소속 의원 7명의 이름을 하나 하나 거명하며(고준일 의원 제외) 의회 차원의 공식적인 사과를 촉구했다.

이경대 원내대표는 양당간 분명한 합의가 있었고 상임위원장 명단(행정복지위 김복렬 의원, 산업건설위 안찬영 의원, 운영위 김선무 의원, 교육위 이태환 의원)까지 서로 교환했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오후 3시 10분 정도 합의했는데 1시간도 안 돼 합의가 깨지는 상황으로 이에 대한 더민주당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리라 믿지만 신뢰 정신은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진실성을 강조하며 “오늘 발언에 문제가 있거나 양당 대표간의 얘기가 틀리면 언제라도 함께 이런 자리를 만들어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더민주당측에서도 5일 첫 성명서 이후 수정·보완을 거친듯한 두 번째 성명서를 지난 6일 발표했다.

“똥 묻은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라는 제목으로 시작한 성명서는 세종시의회 15석 의석 중 8석인 더민주당이 6석에 불과한 새누리당에게 제1부의장을 양보했고 행정복지위원장도 김복렬 의원으로 선출해 정도(政道)를 지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4개의 상임위원회 중 민주당이 산업건설위·교육위를 새누리당 행정복지위, 무소속이 운영위를 차지하는 것은 합리적이고 균형적인 배분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논란의 원구성 합의에 대해 ‘원만한 원구성을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6일)이라고 언급했다.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2대2 원구성 합의’는, 새누리당의 당내 불협화음으로 원구성 일정조차 정하지 못해 원만한 원구성을 위한 ‘고육지책’이었고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판단에 맡긴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에 분노한 민주당은 본회의를 진행시키려는 ‘고육지책’으로 새누리당의 본회의를 참석을 유도하게 됐다”고 말했다.

즉 일단 2대2 원구성 합의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지만 합의안에 대한 ‘실효성’ 은 미지수인 고육지책인 방편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6일자 성명서는 그 내용이 유사히지만 조금은 미묘하게 달라졌다.
우선 ‘2대2 원구성 합의’,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판단에 맡긴 결과’라는 표현이 삭제됐다. 대신 성명서 말미에 별첨으로 박영송 원내대표와 이경대 원내대표간의 원 구성 과정을 설명한다.

성명서에 따르면 새누리당이 민주당 몫으로 상임위 1석을 통보, 이에 2석을 요구하자 이경대 대표는 불가함을 밝히고 이후 당대당 합의는 없었다고 한다.

지난 1일 무소속 의원 상임위원장 배정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새누리당은 3개 상임위를 차지하려고 했고, 민주당의 양해없이 오전 10시 본회의를 오후 3시 30분까지 일방적을 지연시켰다. 더욱이 새누리당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상임위원장 선출을 월요일로 미루자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분노한 더민주당은 본회의를 진행시키려는 고육지책으로 새누리당의 본회의 참석을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더민주당이 두 번의 성명서에서 밝힌 내용의 전말이다.

일단 상임위원장 배분에 대한 양당 대표간 합의가 이뤄진 것은 사실로 이에 대한 더민주당의 책임론은 불가피해 보인다.

시의장이 동석한 자리에서 양당 대표가 만나 합의했다면 그 사항은 존중되야지 ‘의원들의 자율적 판단의 결과’ 혹은 ‘고육지책인 새누리당 의원의 본회의장 유도 방편’이었다는 식의 해명은 자기 변명 및 말 바꾸기에 불과하고 소속 당 대표에 대한 신뢰 상실을 의미한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도 초반부터 현실적인 원구성안을 갖고 협의에 임했어야 함에도 상대방을 자극해 불필요한 마찰을 가져왔다는 비판으로 압박은 때론 강한 반발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2대 세종시의회는 전반기에 이어 후반기 원구성에서도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의원들은 여전히 시집행부를 견제하고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큰 소리친다.

정작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은 냉담하다. 선거기간에만 반짝한다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 체득해 그저 한심스럽고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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