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천광노 학당장
▲천광노 학당장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언론사 보도국장과 편집국장들을 청와대로 불러 4.13총선으로 나타난 민심을 듣고, 또 그들에게 무언가 민의반영에 유익한 협조를 구하는 등 총선 후 민생 챙기기와 소통행보를 보였다.

우리는 보통 대통령의 민생행보라면 시장에나 가서 운동화를 사 신고 순대를 먹는 것이 직접 챙기는 대국민 스킨십을 겸한 정치행보로 아는데 그게 아예 아니라는 말은 아니지만 그로서 민생이 살아나기 보다는 선거에 표를 결집하는 용도로만으로 자주 사용되어 대통령이 또 대구서문시장 가느냐고 볼멘소리를 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럼 진정 알뜰살뜰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민생행보는 무엇이냐고 할 때 좋은 것이 국가원로초청이고 그 다음이 언론사 사장이나 국장과의 면달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말이 나왔으니 그럼 이보다 더 좋은 민생행보는 무엇일까를 말한다면 그런다고 한바, 청와대로 양당, 특히 대표만이 아닌 초선 야당 정치인들을 초청해 협조를 구하는 오바마식 협치정치다. 그러나 이건 그간의 골이 깊어 당 대표가 가면 주루룩 따라는 가도 일개 평의원은 초청을 해도 사쿠라로 오해받거나 정치적 술수가 심해 몰래 다녀오면 모를까 참으로 익숙치 않지만 여야가 너무 싸우는 통에 척이 지다 못해 남북처럼 원수가 져 쉽지가 않다.

금번 그래도 국장들이 초청받아 청와대로 간 것은 잘한 것이고, 뭔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에 대하여 진정한 민생을 위한 특단의 대안을 찾으려 함은 잘한것이지만, 이역시도 한 뼘 얼굴치레나 체면치레와 같아 촌닭 장에 가듯 했다면 소용이 없다. 그냥 주는 밥이나 한그릇 먹고 명찰차고 사진이나 한방 찍고 오는 듯이 보이는데 잘 못 본 것일까.

이런 건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다 짜 논 그 계획이 있을 것이기에 역부족이겠으나 진지한 대화, 깊은 교감은 몰라도 하던 대로에서 좀 진일보 한 면담이 되었기를 기대한다. 모두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급 비슷한 사람들일텐데 훈병들 앞으로갓 하는 방식은 아니었을 것이다.

다녀온 국장들과의 만남 130분에 대한 보도가 흘러나오고 있다. 민의를 반영한다는 것이랑 당대표면담 정례화 같은 건 바람직한 것이다. 또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건건 마다 공감이 가고 달라지고 좋아질 거라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친박 해체와 같은 초미의 감각적 사안보다 이번 면담에서 두드러져 가슴을 쿵 친 것은 법인세 증세는 안 된다는 대목이다.

법인세는 박 대통령의 국정에서 이번 패배의 근본 바탕에 깔린 문제였다. 유승민이 이렇게 큰 난리를 친 대목도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 하는 것으로서 바로 부자의 세금은 깎아주고 서민은 담배 값까지 긁어가 버린 탈ㅍ서민 정책이었다. 이런 기조의 원천에는 부자감싸기로서 법인세 보호가 바로 이 난리통의 고장난 물레 귀머리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에 대통령은 이건 최후에 마지막 죽기 전에나 쓸 독약이거나 비상처방이라는 인식이 그대로 드러났다. 헌데 이건 말을 거꾸로 한 것으로 들린다. 서민들의 담배 값 두 배 인상이야 말로 부자 증세 열 번하고 나서, 정말 맨 나중에 쓸 극약 처방인데 인식이 거꾸로 되어 유권자가 표를 돌려찍은 것인데 그야 뭐 대통령의 통치철학이니 어찌 막을까

아무튼 부자가 잘 돼야 나라가 사는 건 맞다. 그들에게 세금을 늘리면 보따리 싸들고 남미로 동남아로 공장을 옮겨 나라경제가 망가진다는 건데 아니라도 가버린 공장들을 보면 아는 일이다. 또 맞는지 몰라도 재벌기업 적체 현금이 국가예산의 두 배에 이른다는 700조원이라니 이게 근거없는 보도란 말인가.

아무튼 이번 청와대 면담 잘 되었다. 그러나 반드시 심판해 달라고 역정을 내더니만 자신이 그 말대로 역심판을 당한 것 알고 모른척 하든 그건 문제가 아닌데, 덧붙이면 너그럽게 대통령답게 널리 품어 무척 싫어도 다음엔 유승민을 불러 국민통합과 찢긴 국민들 맘을 좀 달래달라 하고 싶다. 정말 싫어도 국민의 상처가 아문다면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니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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