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천광노 학당장
▲천광노 학당장

총선 닷새 전 부재자투표일이다. 거리마다 로고송에 춤을 추듯 자기를 알리는 후보자들과 운동원들의 유희가 잔치판처럼 울려퍼지고, 귀하신 후보자님들의 명함이 그냥 길바닥에 밟히기도 하는 등 홍보도 과열되어 있다. 이미 또 세종의 각 가정에는 선거에 나선 다섯 명의 후보자는 어떤 사람이며, 어떤 정책을 가지고 어떤 국회의원이 된다는 건지를 알리는 두툼한 선거홍보물도 배달되어 왔다. 그런데 이 또 얼마나 믿어야 할까라는 의문부터 떠오른다.

지지난 주간 모 종편에 출연한 원로 전직 다선 국회의원은 정치평론을 하는 말에서 필자가 늘 해오던 한마디를 찔러 주었다. “공약이라는 것은 뻥튀기예요, 누가 더 거짓말을 잘 하는가 겨루는 것입니다”

공약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하는 공약(公約)이 아니라, 사람들을 잘 속여서 표나 뺏자는 빌공자 공약(空約)이 된지 오래다. 특히 이런 공약폐기는 점점 심해져, 19대 국회와 박근혜 정부들어 극에 달했다고 보인다. 앞 다투어 상대가 뭘 한다고 내 놓는 순간 탁 가로채 가져다가 앞다튀 경쟁하듯 하여간 “다 준다”, “나도 한다”, “두개 준대? 그럼 난 세 개 주겠다~” 뭐 이런 식으로 일단 던져놓고 사탕발리기 경주처럼, 공약은 볼 것도 없고 들을 필요도 없는 것이라 오로지 선거용이라는 큰 불신이 더 커져버린 작금이다.

19대 국회는 원래 내려놓겠다는 것이 정당 공약이었다. 세비도 인하하고 무노동 무임금으로부터 국회의원의 수많은 특권을 내려놓는다는 듣기 좋았던 그런 공약을 기억하는 사람조차 드물다. 이건 대통령의 공약에서도 마찬가지 였다. 국민행복시대나 국민대통합에 경제민주화와 노인연금 전체 20만원으로부터 대통령의 공약집은 당선되는 순간 자동폐기처분의 당위성 홍보에 지우대기 팀이 왕성한 활동을 펴, 그건 노무현 정부도 그랬다면서 지울 때마다 국가를 위해서라 했다. 이일에는 난다 긴다 하는 말쟁이들이라 할 정치평론가 그룹에서 최고급 보수논객들이 앞장을 서 왔다.

박근혜 정부만 그렇다는 건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대운하 한다는 공약으로 나라를 훌렁 뒤집더니만, 안 지키면 좋다고 본 4대강 사업으로, 이건 폐기하지 않아 애을 먹인 게 아닌가 싶었고,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한 세종시에 대해 절대 걱정 말라 그대로 간다고 호언장당 자신의 재 공약으로 굳혔던 세종시수정안 역시도 나라가 들썩였다. 수정안 통과와 저지로 박근혜 당시 의원과 대충돌을 벌렸던 건 다 아는 사실이다. 등등 공약은 거짓말 대잔치라고 보일 정도다.

지난 주 공약 이야기가 나와 어깃장을 논 일이 있다. 공약은 어차피 지키는 게 아닌지 오래다. 국민은 바로 잊는다. 솔직히 누가 어떤 공약을 했나 아는 지역민들은 거의 없다. 두툼한 선거공보는 하나의 의식이지 누가 이걸 따지는 사람도 없고 근거도 없어, 그야말로 사기 치는 문서다. 절반만 지킨다면, 아니 반에 반이라도 지킨다면 세비가 덜 아까울 건데 아예 언제 그랬느냐는 듯 거드름만 피고 특권만 누리다니 떨어진 사람의 공약은 100% 사기라도 사기가 아니지만, 당선된 사람의 공약은 철저히 수색해 검증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당선되면 감히 접근을 못하는 그 엄청난 권력자로 변해 당신 이 공약 저 공약 어떻게 할 거냐고 묻지 못하니 문제다. 특히 재선 삼선 사선 심지어 칠선까지 바라보는 의원후보자는 4년 전 낸 공약을 법으로 검증해 아니거든 징역을 보내든가 그 책임을 묻는 법상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는 일이다만 우리는 참 이상한 제도에 익숙하다.

이렇게 말하면 순식간 벌떼처럼 달려들어 사정없이 쏘아댈 것도 안다. 미국 대통령 누구는 어떻고, 선진국의 대통령들의 선거에서도 보면 공약하고 실천하지 못한 경우가 이렇고 저렇고 하면서 공약을 내던지는 것이 세계 공통이라는 주장이다. 도대체가 공약이란 본성 자체가 내 버리기 위해 내건다는 듯 입에 거품을 물고 대들면 내가 바보인가 멍청인가 싶을 때가 많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까?

배달된 홍보물에서 우선 칠선에 도전하는 세종시 현직 이해찬 의원으로부터 각 후보자의 공약을 들쳐보았다. 보니 세상에나 단 하나도 버릴 게 없다. 너무너무 정말 우리 세종시에 꼭 필요하고 삶의 질까지 좋아질 온통 지역현안 공약으로 수십 가지라, 그러니 여기에 다 옮길 수도 없을 정도다. 세종시가 이렇게까지 좋아지게 될 거란 말인가?

답은 필자가 먼저 안다. 세종시는 2030년까지 완성해갈 진행형 도시다. 예를 들어서 아이가 태어나 이제 4살인데 8살이 되는 4년 임기 내에 20년 동안 키울 키를 다 키우고 20살 나이에 걸맞는 체중 80에, 머리통은 아이가 어른만 하게끔 웃자라게 한다는 건지... 주도면밀한 게 아니라 대단위 글잔치요 말의 잔치라고 보이는 공약이 절반이 넘다.

또 국회의원이 본연의 법안발의 통과는 뒷전이고 오로지 지역 일만 한다는 것으로 보이는 것도 문제다. 나는 무엇을 전공하여 어떤 상임위에서 어떤 법안을 발의해 통과시키고, 혹은 우리 정당은 이러저러 한데 무엇이 좋고 나빠서 정당 활동은 어떻게 한다는 등의 보다 광의적인 쪽은 부실하고 오직 표만 긁어대기 위해 “다 준다” 식 공약이고 “다한다” 식 공약판이다.

사실 다하면 좋지만 좀 덜해도 괜찮으니 간곡히 부탁하건데는 거짓말이나 하지 말기 바란다. 이미 해버린 거짓말이 선거공보로 배달돼 왔던데 이제라도 공약에서 이건 빼겠다고 하는 정직함을 보여주기 바란다. 상대가 국회를 옮긴다하니까 나도 옮겨 온다는 식으로 하는 공약경쟁은, 다행히 실수라면서 분원으로 낮춘 더민주당은 이번에야 말로 한 번 뻥튀기를 참은 케이스다. 그런데 분원을 가져온다는 문제도 이게 간단치 않게 보이기는 한데, 그런데 이런 거짓말은 하얀 거짓말이 되어도 이해는 해줄 수도 있기는 하다.

저작권자 © 세종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