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들의 죄. 영어 원제목은 “The sins of the fathers” 중학교 2학년 영어 단어 수준으로 모르는 단어가 없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sin’이란 단어다.

일반적으로 ‘죄’를 영문 단어로 표현할 때 주 ‘crime’나 ‘offense’ ‘misdeed’를 사용한다. ‘sin’이란 단어도 위에 언급한 단어들과 같이, 번역시 ‘죄’라고 번역하지만, 확연히 ‘죄’의 쓰임은 다르다.

‘sin’은 종교적, 특히 유대교나 기독교적 의미의 죄를 말하고, 인간이 신의 지시를 거역해 생기는 결과물로 만들어지는 죄가 ‘sin’이다.

살인을 하거나, 물건을 훔치거나, 누군가를 해하면서 생기는 죄가 아닌 종교적 의미인 성서에 나오는 아담이 저지른 ‘죄’ 즉 ‘원죄’를 의미한다.

 ‘sin’이란 단어가 소설을 대변해 주는 핵심 단어다. 책을 읽을 때 이런 점을 머릿속에 넣고 보면 읽는 동안 재미를 더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동양과 서양 문화 차이가 확실히 있으며 만약 이런 종류의 소설이 대한민국의 작가에 의해 발표됐다면, ‘잔인하다’ ‘끔찍하다’ ‘외설적이다’ 등의 수식어가 따라오겠지만, 문화의 차이 때문인지 책 제목에 별다른 수식어가 붙지 않고 잔잔하다.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자세히는 이야기하지는 못하지만, 소설 속에 등장하는 소재를 불쾌하지 않고 외설적으로 쓰지 않는 것이 작가 ‘로렌스 블록’의 힘이다.

책을 읽고 곰곰이 생각해보면, 책의 주제는 참 거시기(?) 하다. 소수의 문제점을 가지고 생각하지도 못하는 사회 속 다른 면을 볼 수 있게 돼, 좋기는 한데, 거시기 하다.

같은 작가의 전 작품 ‘살인과 창조의 시간’을 읽고 과감히 작가의 책을 5권이나 충동구매하며 약간 불안했으나, ‘아버지들의 죄’를 읽고 난후 느낌은 “나머지 책도 빨리 읽어 버리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다.

탁월한 선택이며, 쌓여 있는 ‘로렌스 블록’의 책들을 보고 있으면,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불러진다.

또한 책의 두께도 과하지 않은, 238페이지로 뜨끈한 이불 속에 간식 옆에 두고 읽으면 딱 좋은 책이며 ‘상담론’이나 ‘조사론’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읽으면 좋은 책이다.

전 작품인 ‘살인과 창조의 시간’을 읽을 때는 눈치채지 못했는데, ‘아버지들의 죄’를 읽을 때 ‘로렌스 블록’의 책이 단조로우면서 복잡하고, 빠른 것 같으면서도 느린지 알 것 같다.것 같다.

다른 말로 하면 작가는 소설을 쓸 때 정해진 패턴이 있다. ‘아버지들의 죄’를 읽고 나서 그동안 읽었던 추리소설을 한번 쭉 생각해 봤다. 이런 형식의 소설이 있었는가? 없었다.

로렌스 블록의 소설은 전형적 1대 1 대화 중심 형 소설이다. 1대 1 대화 중심 형 소설이란 말은 지금 방금 만들어 낸 말이니 검색해도 안 나온다. 블록의 소설을 간단히 정의하면 1대 1 대화 중심형 소설이란 말이 딱 좋을 듯하다.

그렇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이 제법 나와 복잡해 보이는데, 진행의 큰 흐름은 주인공 ‘매튜 스커더’와 ‘용의자’ ‘피해자’ 또는 주변 인물을 탐문하면서 진행된다.

단조로운 것 같으면서도, 복잡해지는 것 같고, 매튜 스커더와 다수와의 이야기가 아닌 1대 1 이기 때문에 빨리 진행 되는 것 같으면서도, 한명 한명 차근차근 만나 대화 하듯 수사하기 때문에 느린 소설이기도 하다.

또한, 피의자를 선별할 때도 방식이 있다. 사회복지학을 공부했는데 그중 ‘사회조사론’이란 과목에서 ‘조사전 단계에서 조사자의 선별’이라는 부분이 있다.

매튜 스커더가 사사회복지를 공부했는지는 모르나 조사자의 선정을 전직 경찰로서의 경험과 노하우로 적정하며 합리적인 인물들과 꼭 1대 1로 대화한다.

대화를 할 때도 만나서 직접 이야기를 해야 하는 인물, 전화나 편지 같은 것으로 대화해도 되는 인물,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서 전해 들어도 되는 인물들을 구분하며, 대화의 시기나 장소 같은 것까지도 고려한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 추리소설처럼 첨단 수사 장비나, 대규모 전담팀 같은 것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책의 양도 400~500페이지씩 갈 필요도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주인공은 ‘사람 중심 접근법’의 원칙으로 ‘탐문’과 ‘수사’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 ‘매튜’에게 인간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며, 뉴욕 ‘암스트롱’ 바에 가면 실제 있을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인 것 같다.

소설 이야기를 잠깐 하면, 위에서도 언급했던 것 같이 결말 부분에 나오는 주인공의 행동과 전체적 주제는 참으로 어둡고 암울하며 답이 없어 보이기까지 하다.

‘아버지들의 죄의 시작’은 ‘케일 해니포드’라는 아버지가 자신의 딸 ‘웬디 해니포드’가 ‘리처드 밴더폴’이란 동거남에게 살해당했는데, 범인 ‘리처드 밴더폴’이 갑자기 자살하며 ‘웬디 해니포드’를 왜 죽었는지 이유를 알지 못하자 아버지 ‘케일 해니포드’가 주인공에게 진실 규명을 부탁하면서 시작된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직업이 탐정인 주인공은 사건을 절대 의뢰받지 않고 단지 부탁을 들어 준다. 책을 읽어 보면 그 이유에 대해 나온다.

시간의 흐름은 화요일에 시작해 금요일에 마치는 빠른 진행의 4일간의 수사 기록이다. 더 자세한 내용은 직접 읽어 보길 바라며 한번 책을 잡으면 놓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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