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선 박사
           김형선 박사

나의 어릴 적 행복의 조건은 단순했다. 다른 친구들보다 조금 나은 물건을 갖고 싶어 했고, 공부를 잘해 다른 사람의 눈에 띠고 싶어 했다. 성장하면선 멋진 연인을 사귀고 싶어 했다.

나중에는 좋은 대학에 들어갔으면 했고, 내 마음에 쏘~옥 드는 여자와 결혼을 하고 싶었고, 집도 가지고 싶어 했다.

자식을 낳자 자식들이 건강하게 자랐으면 했고, 좋은 대학에 들어갔으면 했고, 결혼도 시키고 싶어 했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보다 조금 나은 물건을 갖고 싶어 했던 행복의 조건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이 모든 행복의 조건 속에는 ‘돈’이란 매개물이 빠지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사회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누가 뭐래도 돈이 없는 것 보다는 있는 게 훨씬 낫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머니머니 해도 머니가 최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머니 머니 해도 머니가 최고라는 말을 우리는 곧장 하곤 한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알게 모르게 돈을 좇는 삶을 살아가는 게 우리들이다.

행복의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돈을 부풀리는 일에 적극적이다. 돈을 부풀리는 데에는 부동산이 최고라는 데에도 이견은 없다.

그러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 여유로운 은퇴를 꿈꾸며 열심히 앞만 보고 일했는데 막상 부딪친 현실은 암담했다.

‘여유로운 은퇴’는 이제는 옛말이 되어 버렸다.
주위에선 ‘100세 시대’(Homo Hundred)를 준비해야 한다고 떠든다. 하지만 중장년층들 중에는 이러한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을 느낀다고 한다.  왜일까?
우선 앞으로 30~40년 남은 노후를 생각한다면 일손을 놓을 수 없다.

연로하신 부모님에다, 아직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허둥대는 자식들이 눈에 밟힌다.
필자의 지인 중 어느 날 소주잔을 기울이며 한숨을 내쉬던 최신성(55.가명)씨의 말이 떠오른다.
 

대기업 임원인 그는 은퇴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한창 때에 못 미치는 월급이라도 좋으니 계속 일할 수만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면서 소주 잔을 기울였다.

 ‘직장을 계속 다닐 수만 있다면…’이란 그의 말이 왠지 지금의 중장년층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 들려왔다.

▲은퇴 후 당신의 자화상은?
2013년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중장년의 자화상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통계청은 2013년 50~59세 취업자 수가 508만3,000명이라고 발표했다. 사상 처음으로 50대 취업인구가 500만 명을 넘어선 것이다.

이미 50대는 20~40대를 제치고 최대의 노동력 공급원으로 자리 잡았다. 베이비붐 세대가 노후 준비, 가족 부양 등 이유로 은퇴보다는 재취업을 선택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여유롭게 은퇴를 준비해야 할 나이에 취업전선에 다시 뛰어든 이들은 적은 월급, 불안한 고용조건을 걱정하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2013년 상반기 S대학교 노화고령사회연구소와 메트라이프 노년사회연구소가 공동 발표한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의 삶’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베이비부머의 절반가량(46.2%)은 은퇴 이후 경제적으로 빠듯하게 생활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생활비는 한 달에 약 211만 원 정도 사용될 것으로 보고 있었다.

눈에 띠는 대목은 은퇴 이후에 대비한 저축이나 투자를 하는 베이비부머는 절반(50%)에 그쳤다는 점이다. 조사 결과를 보면 이들은 월 평균 17만 원 정도를 저축(투자)하고 있었다.
이제 은퇴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은퇴 후 삶을 ‘막연하게 낙관’하고 있지만 실제론 무방비상태로 노후를 맞고 있는 셈이다.

▲당신의 노후, 아직 포기하기는 이르다!
필자는 그렇다고 해서 ‘포기하기는 이르다’고 강조하고 싶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은퇴 후 삶을 대비하기 위한 생애 재무 설계에 하루빨리 나선다면 얼마든지 노후를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다.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들은 현재 재무 상태를 진단하고 향후 자산과 수입 지출 플랜을 재조정하는 작업에 당장 나서자.

생애 재무 설계는 개인의 생애주기에 따라 재산과 소득·지출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체 수지를 적자에서 흑자로 바꾸는 일이다. 따라서 구체적인 재무목표를 먼저 설정한 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합리적인 계획을 세운다면 얼마든지 승산이 있다고 본다.

60대 이후의 당신의 자화상을 본인 스스로가 구체적인 재무목표를 다시  한번 그려 보면서, 이글을 읽으신다면 당신의 노후는 그만큼 행복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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