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선 박사
           김형선 박사

지난 한 때 오래 사는 것은 큰 축복이었다. 한 마을에 100세가 넘는 노인이 있다는 것은 동네 사람들의 자랑거리였다. ‘장수 마을’이란 이름을 붙이며 부러움을 사는 마을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변했다. 장수의 꿈을 꾸지 않더라도 의학의 발전과 사람들의 건강관리로 인해 이제는 너나 할 것 없이 100세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오래 사는 것이 외롭고 고통스러운 노후생활이라는 의미의 ‘장수 리스크’라는 말이 생길 지경이다.

▲장수 리스크가 나타나고 있다.
현재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엄청난 속도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그렇지만 은퇴에 대한 대비책은 정말로 취약하다. 이 같은 우리 사회의 현실이 ‘장수 리스크’라는 말을 만들었다.

‘장수 리스크’는 이미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전체 노인 중 중위 소득 미만에 속하는 노인의 비율)을 분석해 보자.

현재 45%로 OECD 회원국 중 단연 1위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가 찾아온 일본도 22%로 우리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다보니 대한민국의 노인자살률도 1위다. 장수 리스크로 정신적ㆍ물질적으로 한계 상황에 몰린 75세 이상 노인들의 자살률은 10만 명당 160.4명이다. OECD평균의 8배가 넘는 수치다.

며칠 전 뉴스에서 OECD 국가 중에서 노인 자살률이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는 국가가 대한민국이라고 보도된 사실을 독자들은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집도 가족도’ 없는 무연고 노인들도 늘고 있다. 국내 65세 이상 국민 중 주소지가 없어 거주불명 등록자로 판정된 노인이 무려 7만여 명에 달하고 있다는 분석 자료가 있다.

혼자 살거나 부부만 쓸쓸하게 사는 노인도 많다. 홀로 사는 노인은 102만 명이다. 전체 노인의 18%가 넘는다. 노인 3명 중 2명은 자식과 떨어져 혼자 살거나 노인부부만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장수 리스크를 미리 대비하라!
이처럼 빈곤하고 초라한 노년을 보내는 것은 장수 리스크에 대한 대비가 소홀한 탓이다. 장수 리스크는 퇴직 후 본인의 예측보다 더 살게 된 기간에 대한 비중을 말한다.

우리나라 퇴직자들의 경우 본인의 예상보다 약 87%나 인생을 더 살아가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37%, 일본의 경우 35%로 조사됐다. 이를 보면 한국인의 장수 리스크는 2배가량 크다.

그렇다면 장수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먼저 퇴직 후 30~50년 간 할 일을 미리 계획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은퇴 후는 인생을 마무리하는 기간이 아닌 제2의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기간이다.

엄청난 부를 축적하지 않은 이상 은퇴 후에도 일하는 삶은 이어져야 한다. 이러한 경제적 여유는 물론 노년의 외로움을 이기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한국인의 은퇴 관련 의식구조
                   한국인의 은퇴 관련 의식구조

▲노후준비는 지금부터 하여야 한다!
건강 유지도 중요하다. 병원비로 노후자금을 낭비하고 아픈 몸으로 평생을 살고 싶지 않다면 건강할 때 건강을 지켜야 한다.

건강은 노후의 삶의 Quality를 결정짓는 가장 큰 중요 요소이다.
20~30대 때부터 노후자금을 준비하는 것도 장수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다. ‘노후 준비는 중년부터 한다’는 안일한 생각은 초라한 노년을 만들 수 있다. 가장 돈을 잘 버는 인생의 황금기에 황혼기를 생각해야 한다. 미리 준비하는 사람이 풍요로운 노후를 맞이한다.

‘자녀 리스크’ 관리도 매우 필요하다. 아무리 성공하고 큰 돈을 모아 노후를 맞았다고 해도 자녀에게 들어가는 돈이 많으면 무용지물이다.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

자녀가 성장해 갈수록 손을 벌리는 자금 규모도 커지고 그만큼 리스크도 커지게 된다. 자녀 리스크를 줄이려면 어린 시절부터 자녀에게 제대로 된 금융교육을 시켜야 한다.

어려서부터 제대로 된 돈 관리법을 배운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올바른 자산관리를 하게 되고 부모에게 무작정 손을 벌리는 일은 하지 않는다.

이처럼 장수 리스크에 대비하려면 젊은 시절부터 남보다 한발 앞선 노후설계가 선행되어야 한다. 장수가 재앙이 아닌 축복으로 만들고 싶다면 이글을 읽고 계시는 독자들은 지금보다는 다가올 미래를 준비해서, 장수 리스크를 줄여 나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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