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철욱 변호사
  ▲배철욱 변호사

▲A는 B가 운전하는 차량에 탑승하여 시내 사거리를 지나가던 중 중앙선을 침범한 가해자 차량에 의해 자동차사고를 당하였는데, 당시 뒷좌석에 앉아 있던 A는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 가해자 측 보험회사에서는 A가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액을 삭감하겠다고 한다. 이럴 경우 일반도로에서의 뒷자리 안전벨트 착용 주장은 적법한 것인가?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피해자의 과실로 인해 손해가 발생하였거나 혹은 확대되었다면, 민법에서는 이러한 피해자의 과실을 손해배상액 산정에 있어 참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해자의 불법행위로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피해자의 과실이 이에 기여하였다면, 총 손해액에서 피해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원만큼을 제외할 수 있고, 그 나머지 금액이 최종 손해배상액으로 결정된다. 이를 ‘과실상계’라 한다.

대법원도 교통사고의 피해자가 가해자가 가입한 자동차보험회사로부터 치료비를 지급받고자 하는 경우, 그 치료비 중 피해자의 과실비율에 상당하는 부분은 가해자의 재산상 손해배상액에서 공제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9. 3. 23. 선고 98다64301 판결, 대법원 2002. 9. 4. 선고 2001다80778 판결 등 참조).

위 사건에서 문제된 ‘안전띠(벨트)’와 관련하여,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 가 아닌 일반 도로를 운행하는 자동차의 뒷좌석에 탑승한 승객에 대해 안전띠 착용이 법규상 강제된 것은 아니지만, 안전띠의 용도가 불의의 사고발생시 자신의 안전을 위한 것이고, 언제든지 사고의 위험은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피해자가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것은 과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1987. 7. 7. 선고 87다카69 판결, 대법원 1988. 4. 25. 선고 87다카2892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위 사건에서 A는 가해자의 위법한 운전으로 인해 불의의 사고를 당하였다고 해도, 본인 스스로도 안전띠를 미착용함으로써 손해가 더욱 확대되었다고 볼 수 있을 만큼, 총 손해액에서 A의 과실에 해당하는 만큼의 금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원만의 손해배상액을 지급받을 수 있다(관련 판례:대법원 2009.7.9. 선고 2008다91180 판결).

▲평소 당뇨를 앓고 있던 A는 발가락에 피부괴사가 발생하여 이를 치료하기 위하여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의사의 잘못된 수술로 제대로 아물지 못하고 괴사가 더욱 심해져 발가락을 전단하게 되었다. 이를 의사의 의료과실이 있다고 보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나?  

이러한 ‘과실상계’는 의료사건에서도 유추적용하고 있다. 대법원은 피해자의 체질적 요인이나 앓고 있는 질병 등은 피해자의 귀책사유와는 무관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가해자에게 손해를 전부 배상하도록 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아, 손해배상액을 정하면서 과실상계의 법리를 유추 적용할 수 있다(대법원 2000. 1. 21. 선고 98다50586 판결 등 참조)라고 판시하였다.

위 사건에서 A는 평소 당뇨병을 앓고 있던 자였고, 그 당뇨로 인해 괴사가 발생하였으므로, 이 때 발생한 손해 전부를 의사로 하여금 배상하도록 하는 것은 공평의 원칙에 반할 수 있다. 따라서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A의 질병이 손해발생에 기여한 비율만큼을 제외할 수 있다(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8다1576 판결 참조).

▲아내 A는 남편 B가 운전하는 오토바이의 뒷좌석에 타고 가다가 버스기사 C가 운전하는 버스와 충돌하여 상해를 입게 되었다. 이 때 자동차사고 발생의 책임을 남편 B와 버스기사 C가 각각 3:7의 비율로 책임지기로 하였는데, 아내 A가 버스기사 C를 상대로 손해배상 전액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한다면, 남편 B의 과실을 아내 A의 과실로 보아 과실상계를 인정할 수 있나?

우리 민법 제763조 및 제396조에서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피해자의 과실을 참작하도록 한 취지는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를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공평하게 분담시키고자 함에 있다. 이러한 취지에서 피해자 본인의 과실 또는 피해자와 신분상, 사회생활상 일체를 이루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자의 과실도 피해자의 과실로 포함하여 해석하고 있다(대법원 1993. 5. 25. 92다54753 판결).

위 사건에서 피해자 아내 A의 입장에서는 남편 B와 버스기사 C는 공동불법행위자이다. 본래 아내 A는 남편 B와 버스기사 C 각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액을 전부 구할 수 있다.

특히 아내 A가 버스기사 C를 상대로 손해배상액을 모두 구하면, 버스기사 C는 남편 B의 과실비율(30%)에 해당하는 금원까지 함께 지급하여야 하고, 이후 남편 B로부터 그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원을 구상하여야 한다.

 이렇게 되면, 버스기사 C와 남편 B 사이의 구상관계가 복잡해지고, 특히 아내 A와 남편 B는 부부로서 신분상·생활상 하나인 점을 고려해 볼 때, 위 판례처럼 남편 B의 과실을 아내 A의 과실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아내 A가 버스기사 C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때 남편 B의 과실비율만큼의 금원을 제외할 수 있다(위 같은 판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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