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전국동시 조합장선거에 즈음(4)

 박종설 남세종농협 상무
 박종설 남세종농협 상무

옛 속담에 ‘가을비는 빗자루도 피한다’라는 말이 무색하리만치 많은 양의 가을비가 내리고 난 뒤, 요즘 농촌에서는 가을 거지로 눈코 뜰 새 없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세종시 지역 조합장들은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장기조합을 제외한 조합들이 공동출자를 통해 설립한 세종시쌀조합공동사업 법인에서 운영 중인 미곡종합처리장의 벼 수매 값을 농민단체와 결정해 출하농민들에게 지불해야 되기 때문이다.

이달 6일부터 시작돼 보름 동안 수매한 수매량은  2,000톤이 넘는, 40kg 조곡기준 50,000가마로 값은 어림잡아 25억 원이 넘는다. 그러나 아직 벼 수매값이 결정되지 않고 지연되고 있어 출하농민들에게 지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선 출하 후 세종시쌀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와 각 조합 조합장, 농민단체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가격협상을 통한 수매가격이 결정돼야만 지급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매년 반복되고 있는 일이지만 농민들은 농협을 믿고 출하를 했는데 수매가가 결정이 안됐다는 이유로 지급을 미루고 있냐며 농협에 그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는 미곡종합처리장이 최종 가격결정 전이라도 우선지급금 명목으로 출하와 동시에 농민들에게 출하대금의 일정 금액을 지급하거나 전국의 농협이 출하되기 전 사전 협의를 통해 수매가격을 결정한다면 출하농민의 가격결정과 수매대금 지연에 따른 불편을 해소 할 수 있을 것이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우리의 농업환경은 자유무역 협정에 따른 각국의 수입개방 압력에 밀려 2015년부터는 쌀 수입 전면 개방의 빗장을 풀게 되어 있다.

식량안보를 담보로 수입을 금지해왔던 쌀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수입되는 쌀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 쌀 생산 농가를  보호, 농가의 충격을 줄여보겠다고는 하고 있지만 각국의 개방 압력이 점차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고율관세를 통한 쌀 생산 농가를 보호할 수 있을 지는 누구도 낙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머지않아 우리 식탁은 외국쌀로 점령당하고 식량주권을 잃게 돼, 결국 식량안보는 무너질 처지에 놓일 것이다.

1992년 농어촌 구조개선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미곡종합처리장은 농촌의 부족한 노동력을 해소하고 미곡유통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산물상태의 벼를 수매·건조·저장·가공·유통의 전 과정을 일괄처리 관리한다는 취지에서 전국의 농협들이 앞 다투어 설립한 사업장이다.

그러나 현재 전국의 미곡종합처리장 대부분은 만성적자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이에 농협들은 이를 타계하기 위해 미곡종합처리장을 통합해 운영하는 등 경영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쌀 시장 수요 불안정 등으로 농협들의 고민은 해마다 깊어지고 있다.

결국 정부는 양곡정책을 FTA란 미명아래 정부가 사들이는 수매량은 최소한의 공공비축 수매로 전환, 그 양을 대폭 줄였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생산자 단체인 농협이 자체수매토록 하는 양곡수매정책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동안 농협은 정부의 양곡수매과정의 만성적자 업무를 대행하게 되면서 경영난에 봉착해 몸살을 앓고 있다. 현실은 이런데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수매가 보장되지 않을 경우 생산농민들의 따가운 질책과 비난은 농협이 고스란히 떠안아야하는 상황이다.

이런 현실에서 세종시쌀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는 20년을 미곡종합처리장에 몸담으며 농업인이 생산한 벼를 수매하고 이를 판매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지역 쌀의 우수성과 브랜드를 자체개발해 전국 2천여 브랜드 쌀과 특유의 판매마케팅으로 경쟁을 벌여 세종시쌀조합공동사업법인의 경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전국 미곡종합처리장 최고의 경영자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처리장은 세종시 전체 농민이 생산한 벼를 제 때 전량 수매해 줌으로써 농가소득의 안정에 기여하고 농민 조합원을 위한  최 일선 현장에서 미곡종합처리장 경영의 해법을 찾고 있다.

세종시쌀조합공동사업법인의 미곡종합처리장 경영능력은 타 지역 미곡종합처리장과 비교를 해도 추종을 불허할 만큼의 경영 노하우를 갖고 있다. 이는 해마다 생산되는 벼를 안정적으로 수매할 수 있도록 뒷받침을 해주는 각 조합 조합장들의 조력자로서의 역할과 책임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내년 3월 11일이면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치러진다. 이를 앞두고 각 조합 조합장들은 조합장 투표에서 당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벼 수매값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공평치 못한 최종 수매가격은 전국 각처의 미곡종합처리장 경영 부실을 가져올 것이라는 데에 공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바닥까지 떨어진 쌀 시세 상황 속에서 세종시쌀조합공동사업법인의 미곡종합처리장 운영 실태는 충분한 협의과정을 거치지도 못하고 있고, 출하 농민의 수매가격 또한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는 협상가격도 나오지 않고 있다. 각 조합장과 협상 농민들의 지혜로운 협상이 절실히 요구된다.

또한 미곡종합처리장 운영에 있어 수매가격 결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미곡종합처리장의 지속적인 경영이다. 생산농가의 안정적인 수매와 소득보장이 매년 이루어지도록 하는  안정적 운영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수매가격을 결정하는데 있어 농민과 법인이 상생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도 조합장의 몫이다.

이를 위해 조합장은 조합원과 소통을 통해 이해와 설득을 구해야 하며, 식량산업의 주권을 지키기 위한 농정활동 또한 조합장이 감내해야하는 일이다.

내년 3월이면 우리는 새로운 조합장을 선출해야만 한다.

 새로 뽑히는 조합장은 정부와 세종시의 협력을 이끌어 우리 쌀의 안정적 생산을 통한 국민의 생명창고를 지켜낼 수 있는  사명감이 넘치는 자여만 한다.

세종시쌀조합공동사업 법인이 운영하는 미곡종합처리장은 세종시 각 조합이 어려운 농업환경을 극복하고 지속농업이 가능할 수 있도록 공동의 노력과 투자로 이룩한 상호 협력사업의 산실이다.

미곡종합처리장의 경영안정과  성공적 운영이 없이는 세종시 농협은  더 이상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내년 전국동시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각 조합에 돌아 올 미곡종합처리장 경영성과의 잣대만으로 대립돼서는 안 된다.

우여곡절 끝에 결정된 벼 값은 상호 100% 충족치 못한다 해도 수긍해야 한다.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교훈처럼 말이다.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진정으로 농민을 위하는 사명감이 있는 후보자가 반드시 선택되길 기대해 본다.

                           (박 종설 : 남세종농협 지도 경제 상무)   

저작권자 © 세종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