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흐름과 내 목소리를 맞춰나가기 위해 매일 아침 신문을 읽고 뉴스를 모두 훑어보곤 해.”
 “기래도 제일인건 자연이제, 영원히 낡지 않는 건 자연뿐이 아이가.”
 “자연은 언제나 똑 같은 법이 없고 늘 새로운거니까.”

 “어릴 때 이모를 만나러 가면서 처음 넘었던 문경새재의 그 푸른 빛깔 잊을 수 없고마.”
 “그걸 떠올리면 지루한 법이 없겠어.”
 “기, 산등성이를 감싸던 구름, 아침 풀밭에 나설 때 발목을 휘감는 이슬 감촉, 참으로 좋았제.”

하지만, 그때를 회상하는 나는 상기될 수밖에 없다. 운동권의 그가 고생 끝에 교사가 되어 첫 직장을 갖게 되었을 때, 나는 내 일같이 기뻐했다.

 “아, 이제 내가 짐을 벗게 됐구나.”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날의 바람과 석양이 기억나는 걸 보니 정확히 몇 년 전의 일이었는지는 모르지만, 그가 한창 청년 무렵이었다. 여름에서 가을로 전환되는 스위치 같은 바람이 수평선 너머에서 불어오던 저녁, 나는 제주에 있었다. 우리는 제주가 고향인 학보사 친우들과 함께 했다. 봉준이, 미라, 달순이, 아, 말을 고쳐야겠다.
 
그때 다혜와 함께 했던 일들… 연신 흐뭇한 웃음을 짓던 봉준이는 물론 빼놓을 수 없다. 그 쟁쟁한 맴버들의 넉살에 나는 자신이 없었기에 가만히 지켜만 봤다. 소심쟁이가 될 수밖에 없던 나. 봉준이의 사회 첫발을 축하해 주었던 자리였다. 그들을 정확히 규정할 수 있는 단어가 있다면 바로 공동체다.

우리는 무슨 일이 있으면 함께 했다. 그날은 기타를 치고 노래를 하며 꽤나 술을 마셨다. 지갑 속 돈에 너와 나의 구분이 없었다. 하지만 어떤 날 존재하지 않던 낯선 사람이 되었다.

존재하지 않는 오래 전에 피어난 시들지 않는 감성은 지켜진 것도 아니고, 되살아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있던 그대로 있을 뿐이다. 그가 가진 미덕은 바로 거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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