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는 민중을 얘기하거나 빈민을 얘기 하면서도, 정작 사람들 손을 잡고 그냥 허심탄회하게 말을 꺼내는 것을 불편해 했다.

 “야, 물건 구입도, 니 결제를 통해야 되니?”
 “결정은 집사람, 결제는 남편이 하는 게 우리 또래 가정의 보통 모습 아이가?“
쓴 웃음을 짓는 봉준이는 그래도 이 상황을 즐기는 듯 했다.
 “참, 딱한 세상이로군.”

 “세상이 이러코롬 바뀌고 있으먼 그 순리대로 따라야 안캈나.”
 “그래, 임마! 안 그러면 다친다. 하! 하!”
 “내는 집념보단 잡념의 싸나이로 살았다 안노.”
 “그래서 더 행복하다, 이 말씀 아이겠노? 하! 하! 하!”

사회생활 원천이 잡념이라고 했다. 한 자리에 말뚝을 박기보단 더 잘할 수 있고, 행복한 일이 뭔지 끊임없이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어릴 때 너무 많은 세상을 알게 되면서 잡념이 많아지더고마.”

그의 시골 부모 네는 문맹이었고 살림은 가난했다.

 “방황하는 사람이 내 얘길 듣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면 참 좋지 않겠노?”

세상은 많이 변했다. 시대도 변했다. 이제는 봉준이도 ‘구국의 적, 종북주의자’가 되어 밤낮없이 신상 털리는 신세가 됐다. 한때 사랑했고 한동안 미워했지만, 이제 다시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나는 그가 좋았다. 맑은 사람이며 꾸밈없는 모습이 좋아 우리는 친하게 지냈다. 내가 힘들거나 지칠 때 항상 옆에서 응원해주고 지켜주었다. 

 “산아, 너무 이기려하지 말고 기냥 물 흐르듯 넘기그라. 누구나 실수 하는 것 아이가.”
 “난 원래 사람의 얼굴에 관심이 많아. 그 사람의 얼굴을 찬찬히 보다 보면 이야기가 하나, 둘 떠올라. 난 그걸 글로 옮겨.”
 “기래, 니 기런 젊은 감각이 돋보이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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