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고정 수입이 생길수록 돈에 대해 꼼꼼해지고 더 집중하게 돼.”
 “내는 늘 하고 싶은 일만하고 살지 않았노.”
 “불편해도 참아야 해.”
 “에고마, 내 몬살겠다. 웬 여자가 그리 허영심이 가득한고…”

 생활에서는 그답지 않게 다르게 살아보려고 해도 그게 쉽지가 않은 모양이다.

 봉준이의 표현을 빌리자면 ‘결혼 생활의 마모된 비석들’로 가득한 공동묘지 같다. 완벽한 결혼생활이란 유리 그릇 속 미세한 균열을 놓치지 않는다. 

 실제로 이 세상엔 두 종류의 삶이 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삶, 그리고 다른 하나의 삶. 문제가 있는 건, 이 다른 삶이고,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것도 바로 이 삶이다. 그렇기에 가장 평온하고 안온한 삶이 가장 위태롭다. 가까이 살펴보면 미세한 균열과 붕괴의 조짐이 보인다. 

 결혼이라는 ‘협정’의 당사자가 된 남편과 아내는 ‘행복한 부부’라는 허위와 거짓에 둘러싸인 배역에 충실할 뿐이다. 부부는 각기 다른 욕망과 사랑에 빠져든다.

 예쁘게 방긋방긋 웃자. 무서운 얼굴을 하지마라. 시름에 젖지 말고 항상 쾌활해라. 노동으로 고생한 남편을 옆에서 위로하고, 어떤 무리한 요구를 해도 거슬리지 말고 탄식도 하지 마라.

 웃는 얼굴이야말로 당신의 보석이며 아름다움이다. 일에 지쳐 집으로 돌아와 문을 열면 집에서 기다리는 당신. 그 웃는 미소는 피곤함을 치료하는 약이다.

 봉준이 얼굴빛은 밝았다. 얼굴이 먼저 굳어지고 사람들의 손을 먼저 잡는 일을 잘 못했다. 그리고 너무 뻔한 얘기들마저도 잘 꺼내지 못했다. 그는 천성이 선하고 상당히 순진하며 정직한 인물로 무엇보다도 균형 잡힌 시각을 가졌다.

 그러나 인간의 이성에 기초한 합리성으로 권위주의적이고 비합리적인 전통을 개혁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의 눈에는 과학, 철학, 종교, 정치 등 사회 어느 한구석도 합리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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