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농업 부시장 조례안 ‘보류’→하루만에 ‘통과’

 ▲지난 달 27일 산업건설위원회 모습.
 ▲지난 달 27일 산업건설위원회 모습.

명예농업 부시장 조례안 ‘보류’►하루만에 ‘통과’… 부실한 조례, 부실한 심사·통과 비판

단 하루만에 소신 있는 ‘영웅’에서 ‘역적’으로 변한 딱한 처지.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최근 벌어진 세종시의회의 ‘갈지자 행보’에 이런 저런 말들이 오간다.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위원장 고준일)는 지난 달 27일 세종시가 제출한 ‘명예농업부시장 조례안’에 대해 사실상 부실하다는 이유로 보류 결정을 내렸다.

이와 같은 결정에 상당히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이춘희 세종시장이 공약 사항으로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명예농업부시장’ 제도에 대해 시의회 차원에서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새정치연합소속 시장과 같은 당 소속 의원이 다수인 시의회의 집행부 견제 기능 상실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춘희 시장 입장에서야 체면을 구김 셈이지만 시의회 차원에서는 ‘할 일은 한다’는 메시지를 집행부와 시민들에게 전달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이런 평가도 잠시 시의회는 하루만에 입장이 바뀌었다(?)

지난 28일 긴급 소집된 산업건설위원회는 입장을 바꿔 조례안을 수정 가결시켰고 29일 세종시의회에서 통과된다.

당초 “명예농업부시장의 설치 목적이 모호하고, 자격과 역할, 기능 등이 조례상에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아 처리를 보류했다. 향후 이 제도가 실질적으로 세종시 농업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심도있는 논의와 제도보완이 필요하다”는 부분이 단 ‘하루만’에 보완된 것. 이는 한마디로 의회의 부실 심사를 인정한 모양새다.

세종시측이 이춘희 시장의 공약 사항에 대한 원활한 추진을 위해 조례안 통과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더라도 세종시의회 의원들이 일반적인 상식과 관행을 뒤엎고 일사천리로 통과시킨 행위가 법적인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과연 바람직했느냐는 강한 비판을 초래하고 있다.

또한 통상적으로 보류되거나 부결된 안건은 차기 회기에서 심의하는 것이 일반적임에도 이번과 같은 변칙 통과는 시의원 스스로 세종시의회의 권위와 정당성을 훼손시키는 행위를 벌인 것이다.

한마디로 ‘부실한 조례안’에 대해 ‘부실한 심사·통과’가 그 결말이지만 이에 대한 대가는 크다.

아울러 명예부시장 조례안 통과에 대한 집행부의 책임 또한 피할 수 없다.

사전에 체계적인 조례안을 준비하지 못했고 시의회와 충분한 소통 과정이 부족했다. 이 부분에 대해 이춘희 세종시장도 정례브리핑에서 일부 인정한 바 있다.

이 시장은 “의회 동의를 얻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다. 의원들도 명예 부시장직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차후 문제를 수정해서 반영하면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사실상 이런 식의 변칙 처리는 세종시와 세종시의회에 대한 불신만을 낳게 했다.

한 시민은 “의회가 시장의 공약이더라도 문제가 있다면 제동을 건다는 자체가 정말 놀랍고 뭔가 변화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기대가 하루도 안돼 신기루처럼 사라졌다”고 시와 의회의 행태를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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