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이가 다시 말문을 열었다.

“등나무 잎을 삶아서 그 물을 마시면 금이 간 부부 사이의 금실이 다시 좋아진다 안카노.”
“무슨? 그럼 우리 틈에 금이 가면 삶아서 마실까?”
“우린, …마, 부부도 뭣도 아니잖노.”
그렇게 얼버무리는 모습을 보며 나는 싱긋 웃음이 나왔다.
“흠!”

금실은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한잔하고 보니 배도 따뜻하고 좋구나. 꽃이 나무의 손목을 찢고, 제 스스로도 온몸을 찢고, 힘없이 나무를 놓아주고, 오는 꽃의 일대기처럼 우리의 사랑은 그렇게 성립되었다.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에 서둘지 말자.

이제부터 우리의 사랑의 느낌. 그 느낌을 봉준이라 부르자. 내가 주체가 되고 당신이 타자가 되어서 어떤 대상에게 쏟는 감정은 어쩌면 상상된 허상이다.

나에게 봉준이가 다녀갔던 걸음걸이가 있다면 그 행위가 사랑인지라, 우리는 우리의 느낌을 불러야 한다. 봉준이라고, 봉준이라고, 봉준이가 다가오고 있다. 늘 고통을 수반하는 양날의 칼이 당신의 몸을 다녀갔다.

도중에 봉준이에게 한 통의 핸드폰이 걸려왔다. 잠깐 눈을 감고 무슨 생각에 잠기더니 주민등록번호를 불러준 뒤 통화를 끝내고 툴툴댄다.

 “아껴서 좀, 써야 하고마.”
 “미인모시고 사느라, 고생 많이 하고마. 우짤꼬? 하! 하! 하!”
 “참! 죽갔데이! 배우자 확인이 필요한 거 보이, 하림이가 갤러리에서 큰 사고를 치는 모양인기라.”
 “꽤 고가품을 구입하는 가 본데. 하! 하!”
 “분수가 문제인기라!”
 “무슨 분수야?”
 “힘을 가진 자들이 무리를 할수록 사회전체 분수는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질 수 있다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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