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촘하게 늘어선 나무들 덕분인지, 포근하기까지 해.”
 “마치 이 세상 같지 않은 새하얀 고요가 느껴지겠고마.”
 “그래.”

 “백두산이나, 개마고원에 많다고 알려졌제.”
 “웬지 가슴이 벅차올라.”
 “내도 기렇고마.”

 “하얀 수피마다 종이처럼 얇게 돌돌 말린 껍질이 붙어 있지.”
 “불에 태우면 ‘자작자작’ 소리를 내서 자작나무라 하제.”

언제였던가 다혜와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물이 흐르고 숲이 숨을 쉰다. 다가서면 다가설수록 신령한 기운이 느껴진다. 

메마른 몸으로 곧게 서서 하늘을 찌르고 서 있는 절개. 마치 흑백 무성영화 속으로 들어간 듯 고요하고 차분한 풍경. 어느새 머릿속도 맑아진다.

자일리톨의 향기를 충분히 마실 수 있다. 또 오자 다짐하며 언덕을 오르던 길. 가지가 옹이마다 생긴 갈매기 모양의 검은 얼룩이,

마치 다혜가 배시시 웃으며 “네 근심은 놓고 가”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눈을 보니 다시 자작나무숲이 생각난다. 더 하얗게 빛날 그 숲이…

삶이란 잘 해보려고 미루다 결국 못하게 되는 일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사람을 만나는 일도 그 중 하나다.

만나기 가장 좋은 때라는 것이 있을까. 그냥 내일 아니면 모레 만나야 한다. 시간은 비정하다. 시간은 완벽하지 않다.
봄밤이 아니라 겨울밤이어서, 나는 다혜처럼 자신을 다독일 수가 없는 것일까.

다시 자작나무를 찾아가는 일, 자작나무 숲에 너와 내가 한 그루 자작나무로 서서 더 큰 자작나무숲을 이루는 일이다. 그러면 먼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깜짝 놀라겠지. 어라, 자작나무들이 꼭 흰옷 입은 사람 같네, 하면서…

 “니 또 다혜 생각카고 있고마.”
 “내가 나를 이해 할 수 없는데 다혜가 나를 이해할 리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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