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철욱 세종법률사무소 변호사

   배철욱 변호사
   배철욱 변호사
▲저는 지인에게 500만원을 빌려주었음에도 지인은 이를 갚지 않고 있던 중, 우연치 않게 그 지인이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일정으로 미국으로 출국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저는 공항으로 쫓아가 그 지인의 출국을 막음과 동시에 경찰서 등으로 가서 시비를 따지기 위해 지인을 끌고 가려고 하던 중 지인이 거세게 저항하였고 이러한 과정에서 지인에게 전치 1주의 상해를 입히게 되었다. 빌린 돈을 받기 위한 과정이었음에도, 제가 형사처벌을 받게 되나?


형법 제23조는 “법정절차에 의하여 청구권을 보전하기 불가능한 경우에 그 청구권의 실행불능 또는 현저한 실행곤란을 피하기 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하고 이러한 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때에는 정황에 의하여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경우를 이른바 ‘자력구제’라 하여 그 요건을 갖춘 경우 일정한 범위 내에서 형사책임을 감면받을 수 있게 된다.

다만 주의하여야 할 것은, 위와 같은 자력구제는 실행이 불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성립하는 개념으로서, 그러하지 아니하는 경우까지 자력구제라 하여 형을 감면하여 주는 것은 아니다.

위와 같이 채무자가 외국으로 출국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채무자에게 채권을 만족할만한 담보 등을 설정받은 경우라면 자력구제는 허용되지 아니한다.

따라 위 사안의 행위는 일단 형법상 상해죄에 해당할 것이나, 지인이 해외로 도피할 경우, 제대로 채권을 행사할 수 없는 어려움이 예상되고, 지인이 입은 상해의 정도가 경하다고 한다면, 형법 제23조에 해당하는 자력구제로 보아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지인이 입은 상해가 중하다고 한다면, 과잉행동에 대해서는 처벌을 면하기 어려우므로 상해죄로 처벌받을 수 있음을 주의하여야 한다.

▲저는 지인에게 2,000만원을 빌려주었는데 지인이 이를 갚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던 중, 지인이 저 외에도 다른 채권자들이 많아 부도를 냈다는 정보를 듣게 됐다. 

저는 다른 채권자들보다 우선적으로 채권을 확보할 목적으로 자정 무렵 지인의 승낙 없이 잠금장치를 뜯어 지인이 운영하는 가게를 침입하여 시가 1,000만원 상당의 물건을 싣고 다른 장소에 옮겨 놓았다.

이는 채권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이었음에도, 형사처벌을 받게 되나?

 형법 제23조에서는 “자력구제”를 규정하여 시간이 촉박하고 권리실현에 상당한 어려움이 초래될 상황에서 사실상 권리확보를 위한 행위를 하더라도 형사적 처벌을 감면받을 수 있다.

일단 위 사안에서 귀하는 채무자인 지인 모르게 그의 물건을 가져왔기 때문에 ‘절도죄’에 해당한다. 특히나 야간에 잠금장치 등을 뜯어 지인의 가게를 침입하여 물건을 가져갔기 때문에 이는 형법상 ‘특수절도’에 해당하여 중하게 처벌받게 된다(형법 제331조).

다만, 이 때 귀하의 행동이 ‘자력구제’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대법원은 이와 유사한 사건에서 “다른 채권자들이 채권확보를 위해 채무자의 물건을 먼저 가져갈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적법한 법정절차에 의하여 채무자에 대한 채권을 보전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에 해당할 수 없다. 야간에 피해자의 가구점의 시정장치를 쇠톱으로 절단하고 무단으로 취거한 행위를 피고인들의 피해자에 대한 청구권의 실행불능이나 현저한 실행곤란을 피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라고도 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도8081 판결).

따라서 귀하가 지인의 가게에 무단으로 침입하여 물건을 강제로 취거한 행위는 특수절도죄가 성립하며, 이는 자력구제로 볼 수 없어 형사책임을 감면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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