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철욱 세종법률사무소 변호사

    ▲배쳘욱 변호사
    ▲배쳘욱 변호사

▲남편 A가 C회사와 대리점계약을 체결한 후 ‘부인 B가 남편 A의 채무를 연대보증 한다’라는 내용에 부인 B의 인감도장을 날인하여 제출했다. 이후 C회사가 남편 A에 대한 물품대금채권이 있어 부인 B에게 지급청구를 하는바, 부인 B는 이를 거부할 수 있나?

지난 호에서 민법상 부부간에는 일상가사에 관하여 서로 대리권이 있음을 확인한 바 있다(민법 제827조제1항).

위 사건에서 남편 A의 타인에 대한 채무를 보증하는 행위는 ‘일상가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지만, 부인 B가 남편의 채무를 보증하기 위해 대리권을 수여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다면, 부인 B는 위 남편 A의 대리행위에 대해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민법 제126조).

대법원은 이와 유사한 사례에서 부인 명의의 연대보증각서의 제출이나 그 각서 제출 전 남편이 체결한 보증보험계약에 부인이 직접 연대보증했다는 사정만으로 부인이 남편에게 연대보증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대법원 2009.12.10. 선고 2009다66068 판결)고 판시한 바 있다.

따라서 부인 B가 남편 A에게 연대보증행위에 대한 대리권을 직접 수여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사정만 가지고 부인 B에게 남편 A의 물품대금채무를 부담시킬 수 없다.

▲A법인은 B은행에 예금계좌를 만들고 담당직원 C로 하여금 파출수납의 방법으로 계속적인 은행거래를 하던 중, 직원 C가 몰래 인장을 찍어두었던 인출청구서를 이용해 A법인의 예금 전액을 인출한 후 행방을 감춰버렸다. 이에 A법인은 B은행을 상대로 예금 전액에 대한 예탁금반환청구를 할 수 있나?

위 사안은 직원 C의 인출행위가 B은행의 직원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한 것인지 아니면, A법인으로부터 대리권을 수여받아 한 행위인지 여부가 문제다.

대법원은 이와 유사한 사례에서 금융기관의 직원이 고객관리차원에서 장기간 고객의 예금을 파출수납의 방법으로 입금 및 인출한 경우, 파출수납의 방법에 의한 예금 입·출금은 금융기관 직원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에 불과하고, 고객이 직원에게 예금 입·출금과 관련한 대리권을 수여했다거나 그 수여의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대법원 1995. 2. 17. 선고 94다34425 판결)고 판시한 바 있다.

따라서 파출수납의 방법으로 직무를 수행한 직원 C가 A법인의 예금을 무단으로 인출한 행위는 B은행의 직무행위의 일환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B은행이 C를 대신하여 A법인에게 계약상 혹은 불법행위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B종중의 총무 A가 B종중 소유 임야를 매각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는데, 실질적으로는 B종중으로부터 자기가 매수하여 그 처분권한이 있다고 하면서 C로부터 금전을 차용하고 그 임야에 대해 양도담보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A가 차용금을 변제하지 않으면, C는 양도담보계약에 따른 책임을 B종중에게 물을 수 있나?

위 사안은, 총무 A가 B종중으로부터 임야 매각권한을 부여받았지만, 그 범위를 넘어서 대리행사를 한 경우, B종중이 계약상 책임을 부담하는지 문제다.

대법원은 이와 유사한 사례에서 甲이 乙의 대리인으로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면 표현대리 문제가 나올는지 몰라도 甲이 乙로 부터 매수한 임야를 자기 소유라 하여 매도한 이상 매매계약의 당사자는 甲이고 乙은 당사자가 아니므로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 이론을 여기에 적용할 수 없다(대법원 1992. 11. 13. 선고 92다33329 판결 등)고 판시한바 있다.

따라서 위 사건에서 총무 A가 B종중을 대리하여 C와 양도담보계약을 한 것이 아니라 임야를 실질적으로 자기가 매수한 것이라고 해 금원을 차용하면서 그 담보를 위하여 양도담보계약을 체결했고 C도 그와 같이 알고 있었던 이상, 위 양도담보계약 체결이 B종중을 위한 대리행위라고 할 수 없어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의 법리가 적용될 수도 없으므로, B종중은 계약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1. 1. 19. 선고 99다67598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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