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광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대표

      ▲고진광 대표
      ▲고진광 대표

얼마 전 종영된 TV 드라마에서 유능하지만 악질적이기까지 했던 변호사가 사고 후 기억상실증을 겪으며 본연의 인간성을 회복하는 내용을 흥미롭게 지켜본 적이 있다.
 
드라마의 재미를 위해 극적인 상황들이 연출되기는 했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을 반영한 내용들은 시청자들의 실감과 공감을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드라마가 더 현실적이고 현실이 더 드라마틱하다는 말이 있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현실은 허황된 드라마보다 더 황당하다.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며 내 자식, 혹은 내 자신이 수장되는 고통을 겪어야했던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은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고 재발방지를 위한 기틀이 마련되기를 학수고대하며 지난 100일을 견뎌왔다. 그런데 아직도 희생자 수색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도 오리무중이다.

정치권도 실망스럽지만, 세월호 실소유주 유병언 일가에 대한 검거과정에 보여준 정부의 태도는 물론, 검찰의 모습은 실망 그 자체다.

세월호의 실소유주 유병언과 자녀, 관계자 모두를 찾아내겠다며 공권력을 동원해 수천억 원에 달한다는 그들의 재산, 온갖 비리 백화점이라는 그들의 악덕행위 등을 슬금슬금 언론에 흘려가며 기필코 잡아내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얼마나 반복했던 가! 심지어 유병언 사체 발견 발표 하루 전 날까지도...

그동안 검찰과 경찰은 수사권한을 놓고 마찰이 끊이지 않았으며 그 관계가 매끄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유병언 사건 수사 과정은 해도 해도 너무하다. 검찰과 경찰이 얼마나 많이 동원되었는지, 검찰의 검거의지가 얼마나 큰 지도 언론을 통해 충분히 피력되었다. 그만큼 국민들은 검·경에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사체발견 40일이 지나서야, 검찰의 구속영장 재청구 발표를 하고 난 바로 그날 밤, 유병언 사체발견이 언론에 알려졌다.

수백 명의 검찰과 수천 명의 경찰이 두 달간 찾아다닌 바로 그 70대 노인은 이미 수십 일 전에 주검이 되었는데도, 발견한지 40일이 지나서야 확인하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국민들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민생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검찰과 경찰의 불통이 이 정도일 줄이야!

국가개조를 선언한 대통령은 세월호 사건으로 해경에 대한 해체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제 국가개조는 검찰과 경찰의 개조부터 시작해야할 판이다.

지금까지 보여준 검찰과 경찰의 무능하고 불통의 모습은 기억상실로 묻어버리고 이제라도 검찰과 경찰이 본연의 임무와 관계를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공권력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는 힘들 것이다.
 

저작권자 © 세종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