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공감할 수 없다는 말이야.”
 “…”
 “‘혈맥이 절개된 채’ 온갖 극단적인 수탈과 능멸과 압제 하에서 신음해온 땅의 주민이자, 박해를 강요 당해온 작가의 고통스러운 진실을 알아주지 못하니까…”
 “니, 고통스러운 진심이 솔직하게 드러나 있고마.”
 “그러나 내 자신의 분노와 슬픔을 파괴적인 언어로 표현한 적도 없고, 또 무익한 한탄 속에 시간을 허비한 적도 없어.”
 “…”

 “물론 액면 그대로 용기와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었어.”
 “불의의 현실에 예리하고 힘찬 언어로 맞서는, 니 글에서는 언제나 해학과 기지에 넘친 비유가 마르는 법이 없었고마.”
 “그건 궁극적으로 내 작품 전체를 통해서 엿볼 수 있는 근원적 낙천성에 있다고 봐.”
 “기래.”

 “이 세계가 구조적인 불의와 악행으로 짓눌려있다 해도, 삶의 심층에는 늘 보이지 않는 ‘선의’가 작용한다는 확고한 믿음 때문이라고 할 수 있어.”
 “어찌 보면 자본주의 근대국가란 이 ‘선의’를 가장 악랄한 방식으로 이용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인지도 모르겠고마.”
 “그래, 오늘날처럼 완전히 ‘물구나무선‘ 세계에서 미치지 않고 살고 싶어.”
 “긴데, 이렇게 ‘물구나무선’ 세계에 오랫동안 길들여지다 보면, 많은 사람들은 체념과 냉소주의에 함몰되기 쉽다 아이가.“

 “이 나라에선 공부만 잘하면 되고마.”
 “좋은 학교 나와서 좋은 직장에 들어가 잘 먹고 잘살면 그만이야.”
 “힘 없는 사람을 무시하고, 끼리끼리 특권을 주고받으면서 살아도 되는 사회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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