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자체를 자극적으로 다루고 싶지 않았다.
 
이런 착오를 다시 겪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하고 싶었다. 난 빤하고 단순한 것보다 복잡한 것, 생각할 만한 것을 더 좋아한다. 한국 사회 특유의 복잡함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우리는 누구나 무난하게 받아들일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 그러나 이 자리에선 개인의 개성과 획일적 시스템의 충돌. 그게 핵심이었다. 술자리에선 자주 겪는 일 아닌가. 모든 걸 누구의 탓으로 돌리면 문제가 다 해결될까. 누가 무엇을 어떻게 잘못한 건지 스스로 돌아보기를 바랐다.

논쟁은 일단 찌르는 맛, 짜릿한 순간을 맛보기 위한 것이기에 쓰고 버릴 쓰레기통만이 필요하다. 굳이 안 그래도 될 것을, 매일 보고 만나는 사람도 아닌데 자신을 탓하면서도, 아직 우린 많은 것을 지우지 못했나 보다. 아주 사소한 것 하나도 비워내지 못하는 걸 보면.

초등학교 때 매번 내 도시락 엎고 장난치던 놈, 예전 직장에 있을 때 사사건건 부딪쳐서 결국 인사도 안하게 된 동료, 그 사람은 좀 고집스러워보여서…

이름이 더 몇 개 거론되어서야 나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술자리에서 오가는 대화는 이 나라 우리들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불안하고 위태로운 세상이 어디 우리나라 우리뿐이랴. 겉으론 멀쩡해 보이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곪은 환부를 드러낸다. 그들은 각자의 빛깔을 잃었을지 도 모른다.

동일한 지위와 중요성을 갖길 원한다. 원치 않지만 그렇다고 끊을 수도 없다. 그런 구식관계는 무겁고 더디고 너저분하게 여겨진다.

인간의 내면에 자리한 선과 악, 어리석음, 속물적인 속성과 위선.

삶이란 무엇인가. 이 시대의 위선으로 가장한 파편화된 고독한 인간 개인들의 집합에 불과한 것일까. 용서할 수 없는 수많은 사건과 일들.

“기래서 인간으로 사는 것은 생각보다 고달픈 것이가?”
“적게 하고, 줄여야 한다고, 그렇게 가르쳐도 세상은 더 갖고 다 가지려고만 해.”
“기래, 모든 문제가 기래서 생기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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