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살아가는 지역사회, 시대의 미래는 밝다.

농번기를 맞은 5월, 세종시청 공무원들이 지역 농가들의 일손 돕기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세종시 대표 지역 신문인 <세종매일>은 공직에 들어온지 6개월에 지나지 않은 양혜정씨의 생애 첫 '농촌일손돕기' 경험담을 담아봤다. -사회부-

 세종시청 공보관실 양해정 보도지원담당 공보관.
 세종시청 공보관실 양해정 보도지원담당 공보관.
눈처럼 하얗게 피었던 5월의 아카시아도 향긋한 꽃냄새도 점점 옅어지던, 지난 21일 공보관실 직원 11명은 점심을 먹은 후 소정면 고등리로 향했다. 봄철 농촌 일손 돕기 활동으로 고구마 모종을 주민들과 함께 심기로 한 것이다.

소정면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 자연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무공해 청정지역이었다. 1,000여 평의 고구마 밭. 한 번도 농사를 지어 본 적 없는 나로서는 해야 할 일 전부를 내다보니 덜컥 겁이 났다.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큰 숨 깊게 몰아쉬고는 한걸음 한걸음, 한고랑 한고랑, 손에 잡히는 것 하나부터 시작했다. 시들부들해 있던 고구마 모종이 잘 자랄 수 있도록 흙으로 단단히 다져주고 활기를 불어넣었다.

30분이나 지났을까? 다리가 저려오고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다. 새삼 아무렇지 않게 일하시는 할머니들이 위대해 보였다. 낯설고 어색했던 할머니들과도 농사이야기, 자식자랑들을 묻고 답하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고 손에 요령도 붙었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라고 했던가? 함께하니 1,000여 평의 고구마 밭도 어느새 말끔히 정리되고 있었다. "여기서 팔순은 노인도 아니여, 애기여."라는 한 할머니의 탄식어린 농담을 그냥 흘려버릴 수가 없었다.

우리는 '먹고 살기 위해'라는 말을 자주한다. 그 만큼 '먹고, 사는' 문제는 역사가 시작된 이래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화두였다. 그러나 자판기 단추 한 번 누르면 먹을 것이 쏟아지는 오늘의 우리는 가장 중요한 사실을 잊어버리고 살았던 것 같다.

젊은이들은 대처로 나가고 농촌에서 아기 울음소리 들리지 않은지 오래다. 이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농촌은 턱없이 부족한 노동력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가슴이 먹먹해졌다.

<<노자도덕경>> 제2장에 유무상생(有無相生)이라는 말이 있다. 있고 없음은 선후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상대하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는 말이다. 먹을 것이 있기에 우리가 살 수 있는 것이고 우리가 살고 있기에 먹을 것이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는 함께이어야 한다. 1차 산업, 새삼 가장 중요한 산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농촌을 돌아본다. 부족한 노동력 문제의 심각성과 고령화된 농촌 주민들의 보편적 복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관(官)이 적극적으로 나서 대책을 세워야 할 때임은 분명하다.

고령화, 노동력 부족 문제를 비롯, 농업인들의 노후준비나 소득보장, 건강보장, 문화 및 여가를 위한 사회적 지원 등 우리는 상생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한걸음, 한걸음 차근히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흙과 함께 팔순 인생을 보내신 할머니의 주름진 이마와 투박한 손이 해거름이 되니 더욱 아름답게 빛났다. 올 가을 함치르르 윤이 나는 소정면 고등리표 고구마를 만날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저작권자 © 세종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