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문학편집인 박용희

백수문학편집인 박용희
백수문학편집인 박용희
며칠 동안 꽃샘추위로 어깨를 움츠리게 되었다. 한동안 내리지 않았던 눈도 내렸고, 봄바람은 무서운 기세로 추위의 위력을 뽐내고 있다.

새싹과 봄꽃을 준비하던 식물들은 더 단단한 각오로 추위를 이겨내고 봄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항상 이맘때면 따사로운 햇살과 옷 속을 파고드는 봄바람으로 긴장이 되곤 한다. 멋쟁이 되려다가 추위에 덜덜 떨기 십상이다.

가벼운 카디건이나 목도리 등을 가방에 넣어 가지고 다니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일교차가 크고, 환절기에는 감기환자가 많아지므로 건강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날씨도 춥고 바람도 불어 어수선한 때, 대한의사협회에서는 어제부터 집단휴진에 들어갔다. 대학병원에서 수련 중인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도 이 휴진에 동참해 병원들은 큰 혼란을 겪고 있다.

1차 휴진은 어제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였고, 2차 집단휴진은 24일부터 6일간 실시된다고 한다. 어제는 환자들이 많이 몰리는 월요일이어서 환자들의 불편이 더 컸고, 진료업무도 일부 파행될 수밖에 없었다.

 정부에서는 휴진을 철회하지 않으면 형사처벌과 행정처분 등의 강력 대응을 천명하면서 대책을 찾고 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그동안 원격의료, 잘못된 건강보험제도와 의료제도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해 왔다.

1차 휴진에는 전국에 있는 57곳의 중요 병원들, 고려대의원, 경희의료원, 중앙대병원, 순천향대병원, 길병원, 세브란스병원 등의 1만 6,000명의 소속 전공의들도 의료계 총파업에 참여하기로 이미 결정했다. 나머지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에서는 의국별로 회의를 열어서 파업참여 여부를 결정한다고 한다.

 국민들은 환자를 볼모 삼아 하는 파업에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생명이 위급한 응급실 환자들과 중요한 수술을 앞둔 중증환자 당사자들의 불안감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

의사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정부와 의료업계 싸움에서 환자들의 고통만 커져 안타깝기만 하다. 이번 파업의 원인은 대형병원과 동네병원의 무한경쟁으로 인한 개원의들의 수익감소, 정부의 원격진료 추진으로 인한 개원의들의 불안감, 정부정책에 대한 의료계의 오랜 불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의료파업이 결정되기 전 정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여러 차례의 대화를 해 왔다. 현재도 대화는 계속 하고 있지만, 이견으로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동안 강자와 약자 사이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해결점을 못 찾으면 약자는 곧장 총파업으로 사태를 전환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파업은 블루칼라 노동자와 화이트칼라 노동자들 모두가 선택하는 방법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문제해결 방법으로 선택되고 있는 파업, 참 씁쓸하다. 

 우리 사회에서는 정정당당하게 자신의 입장을 주장하고, 상대방의 주장을 경청하며, 서로 다른 의견을 대화로써 조율하는 문화를 갖고 있지 못함으로써 불행한 일을 많이 겪었다. 수많은 파업현장에서 사상자가 발생했고, 대립각을 세워 서로 불신하는 가운데 시간과 세금을 낭비했고, 불행에 빠졌다.
 
언제까지 이런 사태 속에서 문제의 해결 방안을 찾는 어리석음을 범할지 걱정이다. 정부와 최고의 지식인이라 할 수 있는 의사들마저도 대화와 타협은 불가능한 것인지…. 묵묵히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에게 부끄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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