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문학편집인 박용희

백수문학편집인 박용희
백수문학편집인 박용희
2013학년도 학사일정이 이번 주를 기준으로 거의 마무리 되어 가고 있다. 초중고 졸업의 경우 대부분은 이달 초순부터 중순 사이에 졸업식이 진행됐다. 그러나 대학의 경우는 다음 주까지 졸업식이 예정되어 있어 다소 바쁜 시기이기도 하다. 학생들에게 졸업은 마무리이면서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 모든 졸업생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고, 상급 학교로 진학하는 학생들에는 새내기가 됨을 또다시 축하한다. 

초·중·고 재학생들은 봄방학 기간에 다시 한 번의 충전 시간을 갖게 되고, 대학생 새내기들은 고교를 졸업한 후 입학 때까지 설레고 들뜬 마음으로 이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짧은 시간이나마 그동안 학업의 압박으로 인한 수면 부족을 보충하고, 새로운 계획을 세워보기도 하면서 나름대로 보람찬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 

약간은 느슨하고, 설렘이 가득한 이때에 경주에서 부산외대 신입생들이 오리엔테이션 도중 참변을 당했다. 마우니리조트 붕괴사고로 10명의 사망자와, 10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이다.

갑작스런 참변 속보소식에 TV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부디 사상자가 많지 않길 기원했지만, 마우니리조트의 위치가 산 속에 있었고, 눈이 많이 쌓여 구조대의 접근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구조작업이 늦게 진행되어 사망자 10명 중 9명은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신속한 구조작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 양성호 부산외대 미얀마어과 학생회장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후배를 구하다 참변을 당했다.

반면, 행사를 주관한 이벤트업체 직원들은 리조트 붕괴사고 직후 사망자 1명을 제외한 11명은 아수라장인 사고 현장에서 학생들이 서로를 구할 때 리조트 숙소로 피했고, 수색이 끝날 때까지 자신들의 안위만 우선시 했다. 고 양성호 학생과 대비된 모습이다. 

리조트 붕괴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습설 때문이다. 습설은 기온이 높을 때 내리는 눈으로 수분이 많고 응집력이 강하며, 무거워서 잘 뭉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지붕에 내린 많은 눈은 언제든지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올 겨울에는 이상기후 현상으로 동해안을 비롯한 경북지역까지 많은 습설이 내렸다. 습설로 인하여 일반 주택은 물론, 가건물들과 비닐하우스, 축사 등의 붕괴가 잇따르고 있다. 마우니리조트 붕괴사고는 천재지변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방심이 낳은 인재이기도 하다. 쌓인 눈을 미리 치웠더라면…. 

몇 년 전부터 대학가에서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총학생회가 주관하는 곳이 증가했다. 그러다보니 진행이 미숙하여 해마다 사건사고가 연이어 발생되었다. 그래서 이맘때가 되면 대학신입생들이 단체로 이동하면서 사고가 발생하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내심 불안하다. 선배들이 신입생들에게 음주를 강요한다든지, 기압을 주다가 사망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구태를 반복하고 있는 선배들의 추태가 새내기들에게 부끄럽기만 하다. 좋은 전통을 보여주지는 못하면서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문화로 대학생활에 기대가 큰 새내기들에게 큰 상처만 안겨주고 있다.

일부 선진적인 대학에서는 교내 시설을 이용하여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학생회 주도로 이루어지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기본적으로 1박 2일로 진행되고, 학교가 아닌 외부에서 진행되다 보니 비용도 많이 들고, 안전성은 떨어진다. 언제까지 꽃봉오리처럼 아름다운 대학 새내기들을 우리 곁에서 떠나보내야 제대로 된 문화가 형성될지 자못 걱정이 된다. 참변을 당한 어린 학생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무슨 말로 위로를 할 수 있을지 도무지 생각이 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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