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서영일 소장

지난 주말 친구들과 가까운 산으로  등산을 갔다. 주봉이 600m가 좀 넘고 도심지 근교의 산이라도 바위와 소나무가 많고 산세가 좋아 많은 이들이 찾는 산이다. 

아직도 기온이 영하라 제법 찬바람이 살 속을 파고들지만 가파른 능선과 바위를 한발 두발 옮길 때마다 거친 숨소리와 함께 속에서 땀이 흐른다. 작은 능선 두 개정도를 넘어 시야가 확 트인 전망 좋은 8부능선 쯤에서 한숨을 돌리고 겹겹이 보이는 산세들을 감상하니 “좋구나~”소리가 절로 나온다.

조금 이른 시간인데도 양지바른 곳이라 너른 바위위나 좋은 자리 몇 곳에 이미 선객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싸가지고 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즐기고 있다. 맛있게 먹는다. 그리고 행복해 보이고 건강해 보인다. 

맞은 편 산세가 더욱 선명한 것은 응달져서 아직 눈이 녹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 잔설이 녹으면 곧 봄이 오겠구나.’ 생각하며 무심코 옆으로 뻗은 나뭇가지를 잡고 보니 금방이라고 터질듯한 새순 몽우리들이 잔가지마다 붙어있다. 아직도 춥고 강원도에는 폭설이 내렸는데 잔설속에서도 이미 봄은 오고 있었다. 이제 저 잔설이 녹아내릴 때쯤이면 골짜기마다 버들강아지가 눈을 틔울게다.

이미 봄은 오고 있는데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직원들은 이제사 한해가 지나갔다고 느낀다. 신년초를 새해라고 생각지 않는다. 매년 연말연시 이웃돕기 성금모금행사가 1월말이 되어야 끝나기 때문에 이 시기가 지나야 ‘한해가 갔구나’라고 생각한다. 이제 새해를 준비해야지 하고 정신을 차려보면 벌써 두달째를 접어든다.

우리 세종사랑의열매도 지난 연말부터 시작한 성금모금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사무실 곳곳에 물건들이 널려 있어 미처 정리 못하고 겨우 발돋움해서 피해 다니던 곳이 이제 다닐만하다. 그리고 성금을 보내주신 기부자들에게 소중한 성금에 대한 감사편지도 부쳤다. 우리는 이제사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하는 것이다.

우리 세종시민들께서 나눔의 씨앗을 심어 주셨다. 이제 시민들이 모아주신 성금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지역사회의 지혜를 모아야겠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어려운 이웃을 더 세심하게 보듬을 수 있는지, 또한 모두가 쉽게 나눔에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나눔문화를 어떻게 확산할 것인가를 고민하여야겠다. 싹을 틔우고 풍성한 잎과 꽃도 피워야 한다.

지난 주 부터 우리가 지원하고 있는 시설과 기관들을 방문하기 시작했다. 지원한 성금이 잘 쓰이고 있는지, 또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서이다. 우선 방과후 아이들을 돌보는 지역아동센터 몇 곳을 방문했다. 한곳에 가니 마침 아이들이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옹기종기 모여 맛있게들 먹고 있다. 뭐가 좋은지 연신 떠들어 댄다. 맛있겠다. 행복해 보인다. 그리고 건강해 보인다. 

그리고 그 초롱초롱한 아이들의 눈동자 속에서 나는 잔설에서 봄을 보듯 희망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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