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경찰서 경무과장 정규각

  세종경찰서 경무과장 정규각
  세종경찰서 경무과장 정규각
어린 날 바른생활책에 나와 있는 큰바위 얼굴은
내게 세상을 구원하는 성자의 꿈을 꾸게 했습니다.
 
중학교 시절 궁남지 호수길을 걷던 미지의 젊은 연인은
지와 사랑을 꿈꾸게 하였습니다.
푸른 눈의 백인청년과 이지적이면서 소탈한 청바지를 입은
우수 깃든 큰 눈을 가진 한국의 젊은 처자였습니다.
 
고교 시절 오월의 일렁이는 보리밭에서
친구들과 샛강에서 잡은 말조개탕에 막걸리 한 그릇은
우정과 인생의 푸르름과 끝없는 가능성을 심어주었습니다.
 
오만하고 엄격하고 인정 많은 킹스필드 교수는
학문에 대한 동경과 깨지지 않는 진리탐구의 장을 마련해 놓았고
엄격함 뒤에 숨어있는 배려와 사려 깊음은 스승으로서의 인격을 흠모하게 했습니다.
 
오헨리의 바람에 떨고 있는 마지막 잎새 한 컷은
상실 앞에서의 떨림과 소망의 기도를 영혼에 새겨 넣었습니다
나비의 날개와도 같은 여린 심성과 감성의 섬세함이 가슴을 파고들었습니다.
 
가을날 서대전역의 플렛포옴
가로등 불빛 아래 서 있던 여인의 창백한 얼굴과 허공을 짚은 눈은
허무와 고독과 끝없는 방랑에 대한 동경을 심어주었습니다.

누렇게 익어가는 밀밭길 사이로 손잡고 걸어가는 어느 가족의 모습은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에 대한 꿈을 실어 주었고
가족을 사랑하는 살가운 가장의 꿈을 꾸게 했습니다.

부여의 거리천사로 불리우며 인심을 후하게 얻으며 폐휴지 줍던 빡빡머리 청년은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행복이란게 무언지 가르쳐 주었습니다.
점포와 식당에서도 지나가던 행인들도 순수한 그 청년과 행복한 눈길을 주고받습니다.
 
거리에 아무렇게나 쓰러져 있는 그 걸인을 일으켜 세워
길 가생이로 부축해가면서 담소하는 경찰관의 미소와 여유속에서
법과 인정이 공존하는 바람직한 공직자상과 프로의 멋스러움을 보았습니다.
 
구제역으로 살처분 분류되어 죽음 앞에 선 어린소의 눈빛에서
생멸하는 모든 존재의 고통과 슬픔과 애환을 보았고
죄와 구조의 사슬을 넘어 형언할 수 없는 자비와 용서를 배웠으며
사랑이 만물을 통하여 역사하고 모든 생명이 하나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베트남에서,필리핀에서,중국에서...건너온 다문화가정의 외국여성들에게서
인종을 초월하고 문화를 극복하는 용기를 봅니다.

그들은 자국에서 선진문화를 꿈꾸는 깨어있고 열려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의 눈에서 희망과 함께 불신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엇갈리는 방황을 봅니다.
그들은 세계는 하나다 라는 것을 이국에 와서 몸으로 실천하는 천사들입니다.
 
아내와 손잡고 들길을 걷습니다.
장항선 열차가 지나가면 손을 흔듭니다
저들에게서 휴식과 낭만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의 꿈이 보이고 자유가 느껴집니다
저들은 우리에게서 들녘의 아름다움과 다정한 부부의 사랑을 배웁니다.
 
가끔은 술취해서 버르적거려 보기도 하고 소유욕에 시달려보기도 합니다.
어쩔 수 없이 미움과 사랑을 주고받는 인생이란게 무언지 알 것 같기도 하고
삶의 무거운 짐을 지고 수고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수용을 배우게 되며
미워할 것이 없다는 것과 경원시할 삶이 하나도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바랑하나 짊어지고 도보여행을 합니다
언덕을 넘고 들녘을 지나고 강을 건너고
바람을 만나고 구름을 만나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그들은 내게서 자유와 여행과 일탈의 전율을 느낍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꿈이 되고 희망이 됩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삶의 모랄이 되고 동기가 됩니다.
우리의 누군가에게 휴식이 되고 재충전의 기회가 됩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나도 모르게 인생을 가르치고 배우는 스승과 제자가 됩니다.
우리는 서로서로 주고받는 형제자매이며 하나로 연결된 지구가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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