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경찰서 경무계장 경위 이상래

      세종경찰서 경무계장 경위 이상래
      세종경찰서 경무계장 경위 이상래
여행을 떠날 때 무엇을 챙겨야 할지 가끔 고민할 때가 있다.

긴 여정에 있어 무엇보다 소유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꼭 필요한 것만 챙기는 선택이 중요하다.

언젠가 남극을 정복한 노르웨이의 로알드 아문젠에 대한 이야기를 책에서 접한 기억이 난다.

인류 최초로 남극을 발견한 로알드 아문젠은 베이스 캠프를 출발한지 96일 만에 남극점에 도착했고 무사히 귀환했지만 비슷한 시기 영국의 원정대장 로버트 스콧은 남극점에 도달했으나 이미 아문젠의 노르웨이의 국기를 보고 낙담해 돌아가던 중 동상과 피로 속에 시달리다 탐험대 전원이 사망하게 됐다.

비슷한 조건과 같은 경로의 탐험이었음에도 생존과 실패의 갈림길에선 가장 큰 이유는 아문젠은 56마리의 에스키모 개가 끄는 썰매를 선택했고 죽은 개를 식량으로 사용하는 생각으로 처음부터 짐을 줄여 탐험을 시작했으나 스콧은 19마리의 시베리아 산 조랑말이 끄는 썰매를 선택해 식량으로 활용도 못하고 결국 사람이 짐을 끌고 눈보라 속에서 식량마저 잃게 돼 추위 속에 얼어 죽었다.

여기서 실패와 성공의 차이는 바로 단순하면서도 긴 여정의 치밀한 슬림화였기에 가능했다 한다.

본격적인 가을철에 접어들면서 고 3 학생들의 경우 대입 수시전형을 시작으로 어느 정도 대학진학의 진로를 선택했거나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수능을 위한 막바지 마무리 공부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수시전형을 선택하고 수능성적이 반영되지 않는 일부 고3 학생들은 벌써부터 가정과 학교에서의 얽매인 해방감과 분위기에 휩쓸려 친구들과 담배와 술, 성인 흉내를 내고 방황하는 학생들이 나타나고 있다.

친구들과 어울려 동료 학생이나 후배학생들의 돈을 빼앗고 폭력을 행사하며 지나친 해방감에 젖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기 자식만큼은 학교폭력이나 범죄와는 관련성이 없다고 믿고 있는 것이 절대적이다.

하지만 부모들의 생각과는 달리 혈기 왕성한 청소년은 많은 범죄에 노출돼 있어 바로 잡아주지 않거나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더 심각한 수준에 이르게 될 것이다.

학교폭력이 멈추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학교와 가정, 사회적 무관심에서 비롯되고 무관심 속의 가해 학생들이 상습적으로 피해 학생들을 불러내 집단따돌림 및 폭력을 일삼고 유흥비를 마련할 목적으로 금품을 갈취하는 등 범죄를 무의식적으로 되풀이 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그러한 범죄행위를 하면서도 죄의식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한 일은 해마다 학교폭력이 각종 통계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고 학교나 가정, 사회 전반적으로 관심을 갖고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경찰에서는 학교와의 긴밀한 협력과 정보를 공유하고 방과 후 학교주변 고정배치, 공원 및 PC방, 오락실 등의 집중적인 순찰과 선도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가고 있다.

이제는 경찰뿐만 아니라 학교, 학부모, 사회 구성원 전체가 학교폭력과 청소년 탈선을 예방하는데 세심한 지도와 노력,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3학년.

대학과 사회, 새롭게 펼쳐지는 또 다른 세상, 또 하나의 여정을 시작해야 하는 출발점에서 남극을 최초로 발견한 탐험가 아문젠이 주는 교훈을 바탕으로 꼭 필요한 것을 챙겨 새로운 환경과 변화에 쉽게 적응하고 용기를 얻을 수 있는 뜻 깊고 보람된 고3 마지막 추억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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