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훈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여름철에는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비 오듯 흐르고 갈증이 생긴다. 시원한 그늘과 물 한잔이 간절해지는 계절이다.

이처럼 더운 여름철 야외활동 중에는 열 손상 질환이 발생하기 쉬우므로 남녀노소 모두 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대표적인 여름철 열 손상 질환은 ‘일사병’과 ‘열사병’이 있다.
 
◇흔한 일사병
열 손상 중 가장 흔히 발생하는 질환이다. 뙤약볕 아래에서 심한 운동이나 활동 후 몸 안의 수분과 전해질이 땀으로 과다 소실되어 발생한다.

증상은 저체액성 쇼크와 유사해 무력감, 현기증, 두통, 몽롱함, 식욕부진, 오심, 창백한 얼굴, 차갑고 축축한 피부, 정상 또는 약간 상승한 체온 등이 나타난다.

일사병이 발생하면 환자를 먼저 그늘지고 선선한 장소로 이동시켜야 한다. 의복을 제거하고 꼭 끼는 의복은 느슨하게 해준다.

의식이 있으면 1ℓ의 수분이나 전해질 용액을 마시게 한다. 만약 의식이 없거나 명료하지 않다면 즉시 병원으로 이송해 정맥주사를 통해 수액을 투여해야 한다.
 
◇무서운 열사병
그나마 일사병에 비해 발생빈도가 적은 열 손상 질환이라고는 하지만 잠시라도 방치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치명적이다.

열사병은 신체가 조절할 수 있는 체온의 방어기전보다 많은 열을 받았을 때 발생한다. 생리적 방어기능이 소실되고, 높아진 체온에 의해 신체 조직이 파괴되어 사망에 이르게 되는데, 이때 환자의 체온조절 기능이 중단되게 된다.

보통 밀폐되고 환기가 잘 안 되는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격렬한 육체적 활동을 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특히 밀폐된 건물에 거주하는 노인, 더운 여름 문 잠긴 차량 안에 갇힌 아이 등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더운 여름철 강한 육체적 운동을 해야 하는 군인이나 운동선수들도 열사병에 유의해야 한다.

징후와 증상은 일사병이 나타난 후 더 진행되는 것으로 관찰될 수 있는데 체온이 상승한 일사병 환자가 열사병으로 진행될 수 있다. 피부는 뜨겁고 건조하며 붉게 변한다.

하지만 일사병은 땀 분비가 많은 데 비해 열사병은 땀 분비가 없다.

의식은 혼수상태로 떨어지며 통증자극에 반응이 없어지고 체온은 41℃ 이상으로 측정된다. 초기 맥박은 빠르고 강하나 시간이 지나면 약해지고 혈압은 저하된다.

열사병은 몸에서 열이 빠져나가지 못해 발생하기 때문에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체온을 빨리 떨어뜨려야 한다.

하지만 알코올을 몸에 뿌려 너무 급하게 체온을 떨어뜨리는 것은 오히려 오한에 의한 열 발생을 초래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응급처치 요령은 일사병과 같이 먼저 환자를 그늘진 서늘한 곳으로 옮긴 후, 의복을 제거하고 젖은 타월이나 시트로 환자를 덮고 바람을 일으켜 체온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체온이 떨어지지 않거나 의식 저하가 보인다면 병원으로 신속히 이송해야 한다.
 
저작권자 © 세종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