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우 가톨릭대 교수 (대전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성장클리닉)

얼마 전 주부 강모씨가 12살 아들을 앞세우고 병원을 찾았다. 저학년 때만 해도 큰 키였던 아이가 어찌 된 일인지 고학년이 되면서 점점 앞자리에 앉을 정도로 작아진(?) 것이 병원을 찾게 된 이유였다.

사실 강씨처럼 아이의 키 때문에 고민이 많거나 키를 키울 방법이 없는지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찾는 보호자가 적지 않다.

부모들이 저신장이라고 걱정을 하는 아이들의 상당수는 정상적인 성장을 보이는 아이들이다.

즉 병적인 저신장이 아닌, 단지 다소 작은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아이들은 유전적인 원인이 많은데 엄마, 아빠의 키가 작은 가족성 저신장 또는 성장이 느린 체질성 성장지연인 경우가 많다.

저신장 즉 ‘키가 작다’고 하는 것은 같은 나이나 성별의 아이들 100명을 세워 놓았을 때 그중에서 3번째 아래에 해당하는 아이들을 말한다.

따라서 아이들의 성장을 유심히 관찰하고 표나 그래프로 성장 과정을 그려보는 것이 중요하며, 이런 관찰을 통해서 아이들이 연간 4cm 이하의 성장을 보인다면 전문의 상담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

이러한 성장 장애를 가져오는 원인은 유전적인 원인 즉 가족성 저신장이 가장 많다.

이외에도 영양 불량이나 스트레스 등 환경적인 원인도 있을 수 있으며, 위장관 질환, 신장 질환, 만성 호흡기 질환, 심장질환 등 만성 질환이나 이러한 질환의 치료 등으로 인한 성장의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성장 호르몬 분비 이상이나 갑상선, 성호르몬 분비 이상 등 내분비 질환에 의해서도 저신장이 초래될 수 있다.

특히 여아는 비교적 흔한 터너 증후군이란 유전성 질환이 있는데, 이 경우 아무런 신체적, 정신적 이상을 동반하지 않고 저신장만을 보일 수도 있다.

이 질환은 조기 발견을 통해서 2차적 증상들의 발현을 조기에 막을 수 있으므로 여아들에서의 저신장을 좀 더 유심히 관찰해 조기 진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저신장의 치료는 크게 운동, 식이, 성장호르몬 주사로 나뉜다.

먼저 운동은 스트레칭 체조를 아침, 저녁으로 매일 꾸준히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반면에 기계체조, 역도 등과 같은 관절에 무리가 가는 운동은 오히려 성장에 방해가 된다.

또한 성장기 아동들은 열량, 단백질, 칼슘, 철분 등의 요구량이 오히려 성인보다 높기 때문에 5가지 기초 식품군을 충분히 골고루 섭취할 수 있도록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장 호르몬은 저신장 아이들에게 치료제로 사용하고 있지만, 모든 저신장 아이들이 호르몬 치료의 대상은 아니다.

현재 성장호르몬 결핍증, 만성 신부전증, 터너증후군에 의한 저신장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이 인정되며, 저신장의 많은 원인을 차지하는 가족성 저신장은 보험이 인정되지 않는다.

과거 성장호르몬 개발 초기에는 인체의 뇌하수체에서 직접 이를 추출하여 양이 부족하고 감염의 위험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유전공학의 발달로 사람 성장호르몬과 동일한 재조합 사람 성장호르몬을 사용하고 있다.

투여는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양상에 맞춰 매일 밤 자기 전에 주사한다.

치료 시기는 성장판 융합이 오는 사춘기 변화가 나타나기 전이며, 보통 남아는 11~12세, 여아는 10세 이전에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모든 저신장의 아이들은 원인에 대한 올바른 평가 후에 그에 맞는 치료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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