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대학교 유아교육과 이일주 교수

   공주대학교 유아교육과 이일주 교수
   공주대학교 유아교육과 이일주 교수
박근혜 정부 출범 후 몇 개월 동안 일부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보육교사에 의한 영·유아 학대, 통원 차량 등에 의한 어린이 사망, 횡령 등 각종 불법·비리 행위와 일부 유치원의 고액 교육비 징수, 감사 결과 고발사례 등이 사회문제로 부각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유아교육과 보육의 이원화체제에서 비롯된 문제점이 매우 크다는 점에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런 시의성과 국민적 요구를 반영해 지난 3월 18일에는 국회 류지영 의원실에서 유아교육과 보육 학계 및 관련 단체 대표로 ‘유보통합 방향설정을 위한 포럼’을 구성해 6월 7일까지 5차례의 회의를 가졌다.

정부에서는 ‘유보통합추진위원회’가 5월 22일 첫 회의를 개최하면서 출범했다.

국무조정실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기획재정부, 교육부, 안전행정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차관과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차관급) 등 정부인사 6명과 공익단체, 언론 및 학계, 학부모 대표 등  민간 인사 5명을 포함해 11명으로 구성된 국무총리실의 ‘유보통합추진위원회’에는 ‘실무조정위원회’와 ‘통합모델개발팀’을 함께 둬 유아교육과 보육통합을 추진한다고 한다.

한편 국무총리실의 ‘유보통합추진위원회’에서는 5~6월 중에 수요자인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8월말까지 통합모델개발팀을 중심으로 2~3개의 통합모델안을 개발해 내년 3월 새 학기 시작에 맞춰 시범사업 실시를 목표로 추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다만 학부모 등의 의견수렴과 조율 필요성 등을 고려해 통합모델 개발과 시범사업 수립 일정을 신축적으로 조정·운영한다고 밝힘으로써 유보통합 추진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했다.

또한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6월 7일에 개최한 유보통합추진위원회에서는 ‘유아교육·보육 시스템 통합 시범사업’을 내년부터 추진하는 일정을 잠정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한 언론보도에 의하면 국무총리실 유보통합추진위원회의 유보통합 추진계획에 대해 보육아동 관련학과 교수협의회 등 아동학계는 ‘통합안이 박대통령 공약에도 없었고 충분한 준비와 논의 없이 교과부로 선 이관·통합하는 것은 영유아의 행복권과 부모의 선택권을 제한한다’고 반발 성명을 발표하는 한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유아교육·보육시스템 통합과 관련해 교육부가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국무조정실의 유보통합 추진 방침은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난제가 많지만 이번 기회에 반드시 이뤄지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이를 통해 보면 유아교육계(유치원 교원단체)는 찬성하고, 보육·아동학계(전문대학 이상의 대학의 보육학 및 아동학과 교수협의회)에서는 반대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전문대학 이상 대학의 유아교육학계와 보육계(어린이집 관련단체)는 적극 찬성하거나 국무총리실 유보통합추진위원회의 유보통합 추진계획을 조금 더 지켜보자는 시각을 지니고 있다.

왜냐 하면 유아교육과 보육 통합은 국무총리실 유보통합추진위원회에서 제시한 ‘영유아의 최적발달, 일-가정 양립 지원 등 부모·아이 만족도 제고’, 이해관계자간 갈등을 최소화하고 운영 주체의 책임성 강화, 관리체계 일원화에 따른 재정 효율화 방안 우선 추진, 재정누수 방지, 부모·아이의 체감도가 높은 맞춤형 서비스 제공‘ 등의 기본 방향은 옳지만 구체적인 유보통합 모델안이 제대로 수립되겠는가하는 의문점이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유보통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 나누어 맡고 있는 이원화체제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것인데 유보통합 모델안이 어떻게 2~3개를 마련할 수 있는가하는 점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새로 개발하는 유보통합 모델안을 2014년에 시범사업으로 실시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유보 통합업무를 관장할 정부부처나 지원체제는 그대로 두고 유치원과 어린이집만 하나의 명칭으로 통합한다는 것이 아닌가하는 점을 우려한다는 것이다.

국무총리실 유보통합추진위원회에서도 이러한 우려와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해서 유보통합을 추진하겠지만, 오랫동안 이원화체제로 운영되어 온 유아교육과 보육체제를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유보통합은 무엇보다도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영유아의 행복추구권과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국무총리실 유보통합추진위원회에서 실시한다는 수요자의 여론조사가 자칫 학부모의 요구만을 대변함으로써 유아교육과 보육의 본질인 영유아의 권리와 행복이 침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유보통합은 OECD에서 영유아 보육서비스와 교육체계의 연계성을 강화하기 위해 권고한 ‘모든 영유아들이 질 높은 보육과 유아교육 서비스를 받을 권리’, ‘유아교육과 초등학교와의 연계성 확보’, ‘영유아 보육 및 교육의 학교화’, ‘영유아를 위한 유아교육 및 보육기관간 원활한 이동’, ‘보육에서 교육으로의 이동’, ‘유치원에서 학교로의 이동 등의 정책 전략’을 적극 채택하여 추진해야 한다.

셋째, 그동안 육아정책연구소와 같은 국책 연구기관에서도 이미 여러 차례 통합방안연구를 수행하였으므로 이제는 어렵지 않게 구체적인 통합 추진 로드 맵을 설정할 수 있겠지만  유보통합논의는 주요 정책 환경인 정치적 맥락과 함께 추진하는 것이 시너지 효과를 배가될 수 있으므로 국회, 정당과의 긴밀한 정책협력도 필요하다.

넷째, 유보통합의 일차 과제는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에서 나누어 맡고 있는 업무를 하나의 정부부처와 시·도교육청과 시·도청, 시·군·구의 지역교육지원청과 시·군·구청의 지원 및 전달체계를 하나로 통합하는 일이다.

따라서 정부 관장부처나 지방의 전달체계를 그대로 두고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물리적으로 통합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다섯째, 유보통합은 학부모 등 수요자, 유치원 어린이집 등 공급자, 정부, 국회, 정당, 언론, 학계, 이해관련단체 등 정책관련집단 간 갈등을 최소화 하고 폭넓은 이해와 협력을 바탕을 추진해야 한다.

여섯째, 제아무리 급하고 중요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서둘러서 추진해서는 안 된다. 유보통합을 일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유보통합의 주요 정책과제를 구분해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1단계로 가장 먼저 추진할 과제는 유보 관장 정부부처 및 지방 관할 기관을 통합해야 한다. 그 다음 2단계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 또는 유아교육·보육교부금법 제정하거나 재정 시스템 통합 관련 법령을 개정하는 등 재정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하는 일이다.
 
3단계는 유아교육비 및 보육료 지원업무 포탈 시스템 등 행·재정 지원 관리 시스템을 통합한 다음, 4단계로 시설, 교재·교구 설비기준 통합하는 등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하나의 기관으로 통합하고, 마지막 5단계에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교원 자격 및 양성체제, 복무·보수·경력 등 관련 법령을 하나로 통합하는 방안이 실효성이 높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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