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돕는 일은 ‘선택 아니라 필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프랑스어로 귀족은 그 신분에 걸맞은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의미의 단어다. 이는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며, 정당하게 대접받기 위해서는 명예(노블레스)만큼 의무(오블리주)를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흔히 요즘 시대에 들어 경제적 여유가 있는 기업이나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사항이다.

이 시대의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이가 있다. 바로 세종시(前 연기군) 출향민인 임기수 한국타이어 춘천판매점 대표다.

이에 본보는 인터뷰를 통해 임지수씨의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70여년의 삶을 되 짚어본다.

▲ 누구보다 성실하게

임 대표는 전 연기군 남면 양화리의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경제적 여유가 없는 집안 형편 탓에 중학교 진학을 하지 못했다.

세종시 건설로 폐교된 연양초 12회가 그의 최종학력이다.

그는 16살이 되던 1957년 이웃집 할머니를 따라 무작정 춘천으로 가 정착했다. 처음 시작한 일은 자동차 타이어 수리공이었다.

그는 월급도 받지 않고 죽도록 일했다. 월급은 사장에 부탁해 모두 저축했다. 사장은 용돈을 줄 정도로 임 대표의 성실함을 인정했다.

임 대표의 성실함을 알아준 이웃들이 춘천시외버스터미널 안에 타이어 수리점을 차려줬고 그는 밤낮없이 일했다.
 
 
 
▲남에게 베푸는 것이 더 행복해

임 대표는 최선을 다해 타이어 수리를 하며 돈을 모았다. 그러면서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사회환원’이었다.

지난 30여년간 매장 개점 기념일인 10월 30일에 500여명 이상의 지역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사회복지단체 및 시설과 북한어린이돕기 등 지속적으로 성금을 쾌척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2010년 11월 강원대, 춘천고에 각 500만원씩 1천만원을 50년간 장학금을 전달하는 기부 협약을 맺었다.

또한 2006년부터 한국에 대한 따뜻한 기억을 안고 가길 바라며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사랑나눔잔치를 열고 격려금 및 선물도 주고 있다.

임 대표는 “내가 그렇듯 도움을 받는 사람이 도울 줄 안다”며, “어려운 시절 날 도와준 사람들에게 돌려드리진 못하지만 사회환원을 통해 어려운 분들에게 대표로 고마움을 전하는 일이다”고 오히려 봉사할 기회를 베풀어 준 분들께 감사함을 전했다.

일명 ‘춘천의 산타’로 불리는 그는 정기적, 게릴라식 장학금을 자주, 많이 지급해 정확한 액수를 모를 정도다.

그의 선행이 알려지자 한국타이어 본사에선 95년부터 매년 400만원씩 장학금을 보내오고 있다.

▲부자로 사는 것은 불명예스러워

임 대표는 집에서 ‘자린고비’로 통한다. 1남 4녀의 5남매를 대학까지 가르친 아버지다. 하지만 대학 졸업 후 자식들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주지 않았다.

실제로 이화여대를 졸업한 막내딸이 유학을 간다고 했을 때도 도움을 주지 않아 오빠, 언니가 마련해줬다.

그는 자식들에게 남에게 바라면 의지라는 마음만 생긴다며 강한 자립심을 강조했다.

이 뿐만 아니라 죽은 후에도 자식들 보다는 어려운 이웃을 먼저 생각했다. 세상을 떠나도 자식들이 계속 기부를 하도록 공식적인 관련 협약서까지 모두 작성해 보관 중이다.

▲부모가 우릴 세상에 나오게 했듯 고향 역시 우릴 낳아

임 대표는 지금 살고 있는 춘천 뿐만 아니라 고향인 세종시(煎 연기군)도 잊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 10일 유한식 세종시장에게 300만원을 기부했다.

임 대표가 “고향은 늘 그립다. 고향인 남면을 위해 써달라”고 하자 유한식 시장은 “어려움을 겪는 분들 최대한 돕고 있지만 사각지대가 있다”며 “남면 임대아파트에 사시는 노인분들을 위해 쓸 수 있길 바란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그의 고향 사랑은 이번만이 아니다. 2002년 고향 마을 입구에 ‘가학동 유래비’를 위해 500만원을 선뜻 내놓고 동네 주민과 전국에 있는 출향민에게 유래비를 세운다는 협조문을 보내 찬조를 받아 세우기까지 그의 공이 컸다.

그리고 가학동 유래비 10주년 행사가 열리는 날 55년만에 고향을 찾았다.

또한, 1995년 양화리에 위치했던 연세초등학교에 장학금을 기탁했지만 세종시 건설로 학교가 폐교돼 다시 돌려받았다.

이에 그는 연양 초등학교, 연세 초등학교 모두 없어졌지만 연양이든 연세든 새로 만든 학교가 옛 명칭을 사용한다면 다시 장학금을 내겠다고 당시 신정균 교육장에게 약속했다.

▲죽는 날까지 이웃과 함께
 
  
  
임 대표의 인생에서 타이어와 기부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단어다. 타이어는 그를 열심히 일하게 했고 먹고 살게 해준 일이었다. 타이어 일을 하며 번 돈으로 늘 남을 위해 선뜻 자신의 것을 내어주는 소중한 이웃이었다.

앞으로의 계획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죽는 날까지 이웃에게 주고 싶다”며 “평상시 받았던 도움을 다시 돌려주는 것일 뿐 특별한 계획은 아니다”고 대답했다.

마지막으로 세종시민에게 “고향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라며 “연세초에 기탁했다 돌려받은 장학금을 다시 주고 싶다. 꼭 그럴 수 있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세종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