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기획조정실 균형발전담당관 조수창 서기관

78년 만에 조치원정수장(조치원읍 평리 소재, 1935년 준공)이 주민에게 공개됐다.

지난 달 23일 정수장에서 열린 주민간담회에는 우천에도 불구하고 30여 명이 참여해 정수장에 얽힌 옛 이야기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나눴다.

정수장 현판의 ‘甘泉流如藍’(감천류여람·감미로운 샘물이 흐르며 푸른 하늘을 품고 있다)이라는 문구에서 볼 수 있듯이 정수장은 주민들에게 새 희망을 가져다준 ‘조치원의 젖줄’이었다.

새로 들어선 정수장으로 인해 아이들의 물 긷는 수고와 빨래터로 향했던 아낙네들의 무거운 발걸음이 많이 덜어졌을 것이다.

전성기에는 하루 8,000톤의 물을 공급했던 정수장이 식수 공급원이 바뀌고 시설이 노후해짐에 따라 그 기능을 조금씩 잃게 됐다. 결국 지난달 정수장 폐쇄가 결정됨에 따라 세종시는 정수장 활용방안을 찾기 위해 인근에 사는 주민들을 초청해 현장간담회를 개최하게 됐던 것이다.

이 간담회에서 주민들은 어릴 적부터 궁금해 한 정수장 내부를 둘러보며 남다른 감회에 젖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정수장을 처음으로 가동할 당시는 일제강점기로 ‘수원지’로 불리던 정수장과 그 주변은 식수오염 문제로 일반인의 출입이 완전히 통제됐었다.

이 때문에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이곳을 들어가 보려다 일본 순사에게 붙잡혀 혼쭐이 나기 일쑤였다고 한다.

또한 정수장 주변은 인적이 드문 탓에 청춘남녀의 데이트 장소로 최고였다고 주민들은 회상했다.

이렇게 물 뿐 아니라 삶의 이야기를 함께 주민들에게 제공한 정수장을 매력적인 공간으로 다시 만들기 위해 세종특별자치시와 주민들이 발 벗고 나섰다. 우선, 세종특별자치시는 ‘조치원읍 소재지 종합정비사업’의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재원확보를 위해 지난 1월에 관계부처에 공모를 신청했다.

올해 하반기에 국비사업으로 확정되면 2014년에는 ‘평리지역 재생’의 첫 삽을 뜨게 될 것이다.

4년간 총 20억 원 이상을 투입할 예정인 이 사업은 기획단계부터 주민참여가 촉진되고, 전면재개발이 아닌 기존시설을 재활용하며 지역대학과의 협력이 활발히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큰 특징이 있다.

이 사업이 완료되는 2017년이면 정수장과 그 주변이 ‘새로운 공동체 문화가 샘솟는 오아시스’로 거듭나게 되고, 주민들의 여가와 문화적인 갈증을 해소시키는데 한몫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렇게 78년 만에 주민들의 품에 안겨진 정수장은 옛날의 ‘푸른 하늘을 품은 감미로운 샘물’처럼 앞으로 또 다른 희망을 머금고 계속 흐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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