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들 중에는 아이가 자막을 가리고 보려고 하지 않는다고 하소연하는 분들이 많아요. 이 경우의 원인과 이유는 아이의 특성과 성향에 따라 서로 다를 수 있겠지만, 저학년 아이가 그럴 경우엔 공통적으로 어떤 것에 관해서 아주 정확하게 의미를 알고 싶어하기 때문이에요. 7세에서부터 1, 2학년 아이들이 그런 증상을 보여요. 그 시기의 아이들은 우리말 방송을 보면서도 그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 자꾸자꾸 질문을 합니다. 그 시기가 아이들이 우리말의 어휘나 의미를 많이 습득하는 시기이기 때문이에요. 그런 면에서 볼 때, 영어도 중요하지만, 우리말을 습득하는 시기를 잘 지나게 해주는 의미에서 그냥 우리말 자막을 보면서 보게 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아요. 그 시기가 지나고 나서 상징적인 의미라든지, 추상적인 의미도 좀 이해할 수 있는 4학년이 되면 자막을 가리고 보는 것도 가능합니다. 저학년 때 이미 자막을 보면서 한 번 정도는 보고 재미있어 했던, 비디오를 나중에 다시 볼 때 자막을 가리고도 재미있게 볼 수 있어요. 본격적인 영어 학습을 시작하기 전에, 아예 자막을 보면서 비디오를 보는 기간을 3 ~ 4개월 잡아주는 것도 한 방법이에요. 그 기간을 그냥 영어 비디오 보기의 기초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보고 싶은 비디오를 충분히 그냥 보게 하세요. 그러다가 본격적인 영어 학습에 들어 가면 그 때부터 재미있게 보았던 비디오부터 차츰 자막을 가리고 보게 하세요.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내용에 관한 전체적인 기억만이 남아 있을 즈음에 자막을 가리고 보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에요. 비디오를 보면서 아이가 뜻을 알고 싶어 할 경우엔, 단어 하나 하나를 떼어서 뜻을 해석하고, 지도하고 가르치려고 하시기 보다는 아이 스스로 뜻을 찾아 보거나, 또한 추측이나 짐작을 통해 뜻을 이해해 나가는 쪽으로 유도해 주시는 것이 좋아요. 영어 교육을 본격적으로 하기에 적합한 시기는 우리말 습득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후인 3, 4 학년 때입니다. 그러니 1, 2 학년 때는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시고, 자막을 보면서 그냥 자연스럽게 비디오 보기에 적응하는 시기, 그러면서 영어와 친해지는 시기로 생각하세요.
저작권자 © 세종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