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희 두레정치연구소장

새누리당 공천위원회는 지난 1일 제18대 대선 공약을 충실히 이행하고 정치쇄신 대국민 실천의지를 분명히 하는 차원에서 이번 4·24 재·보선에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해 무공천하기로 결정했다.

새누리당은 대선이 끝난 후 첫 실시하는 이번 재·보선에서 국민들과 약속한 공약을 이행하고 국민들이 보내준 신뢰에 보답을 하기위해 정치쇄신의 첫 발걸음으로 정당공천제 폐지를 실천하려는 의지를 재천명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서병수 사무총장은 민주통합당도 지난해 대선 때 같은 공약을 한 만큼 무공천 법제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 줄 것을 촉구하며 무공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여야 사무총장 회담을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할 것도 제안했다.

새누리당이 모처럼 국민들에게 신선한 뉴스를 안겨줬다. 사실 정당공천제 폐지는 민주당이 먼저 치고 나가야 될 일이다. 민주당은 진보와 혁신을 표방하는 야당이다. 당연히 민주당이 먼저 주장해야할 일을 새누리당이 먼저하고 있다.

어느 당이 보수고 어느 당이 진보인지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만약 민주당이 이번 보궐선거에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공천을 강행하면 지난 대선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폐지 공약이 거짓말임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이 된다.

정치는 믿음이고 신뢰다. 공약을 반드시 이행하지 못하더라도 이행하려는 노력이라도 보여야 한다. 이제 공은 민주당으로 넘어갔다. 기초선거에서 정당공천폐지를 법제화하지 못하면 그 책임은 민주당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후 마치 멘붕 상태에 빠진 것 같다. 정치적 판단력도 흐려지고 정치철학도 없이 몽니나 부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실 박근혜 정부는 준비된 대통령이라면서 각료후보자 인선을 제대로 못해 지각정부의 비난을 면키 어려웠다. 민주당은 정부조직법 개정 중에 미래창조과학부 인준을 미루면서 지각정부의 책임을 대신 떠안았다.

오히려 박근혜 정부를 도와준 꼴이 됐다. 이번에는 보궐선거에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공천을 두고 새누리당에게 선수를 빼앗겼다. 진보정당이라면서 혁신의지도 없는 꼴이 되고 말았다.

만약에 기초선거에서 정당공천폐지가 입법화되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뒤집어쓰게 될 판이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의 패배를 거울삼아 정도로 뚜벅뚜벅 가면 된다. 정치적 현안에 대해 민주당에 유리한가만 따지면 곤란하다. 먼저 그것이 옳은가 그른가, 대다수의 국민이 원하는가를 판단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실기(失機), 즉 타이밍을 놓치면 안된다. 야당이 건강해야 나라가 건강하다. 야당의 정치수준이 그 나라의 정치수준이나 다름없다.

야당인 민주당이 지리멸렬하게 나가면 이번 보선에서 안철수가 당선된 후 제3당이 출현할 수도 있다. 민주당은 해체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민주당이 너무 무기력하게 느껴져 안쓰럽다.

이번 4·24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도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을 무공천해야 한다. 기초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는 것이 대세다. 민주당이 앞장서서 조속히 입법화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국민들 보기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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