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문학 편집인 박용희

올 겨울은 유난히 춥고, 눈이 많이 내리고 있다. 하얀 눈으로 인한 겨울 풍경은 예쁘지만, 마냥 즐거워할 수만은 없다. 영하 15도까지 내려가는 수은주에 체감 온도는 훨씬 더 낮아 어깨가 절로 움추러든다.

동파로 수도계량기가 여기저기서 파열됐고, 정전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추위로 고생을 했다. 이렇게 칼바람이 불 때에는 나라를 지키는 나이 어린 군인들, 추운 거리에서 헤매는 노숙자들, 보육시설이나 양로원 등 사회복지시설의 수용자들이 생각나고 걱정된다. 실제적으로 도움을 줄 수는 없으나 심정적으로는 걱정이 되고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몇 년 동안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 뚜렷해졌다고 한다. 작은 부자에서 큰 부자로의 발전은 축하할 일이지만, 가난한 사람이 더 가난해졌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IMF를 겪으면서 우리나라의 중산층 비율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중산층이 대부분 하층민으로 몰락했기 때문이다. 몰락한 중산층의 절망과 의욕저하는 사회문제화 되었고, 범죄 및 자살 등의 문제를 야기했다. 중산층 비율이 높아야 안정감 있는 사회로의 진입이 가능한데 언제쯤이나 가능한 일이 될지 걱정이다. 최근 들어 존속간의 범죄들도 증가하고 있다.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자주 발생해 놀라움과 당혹감, 불안감이 우울하게 한다. 사회적 범죄가 증가하는 원인이 여럿 있겠지만, 인간적인 소외감도 한 원인이 될 것이다.

산업이 발전해 문화수준은 높아진 반면에 개인적인 고독감은 커졌다. 1인 가구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대화 상대자가 없고, 기계와의 기계적 관계 형성으로 인한 건조한 삶은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는데 장애물이 됐다.

우리나라 자살률이 세계 1위라고 하는데 부끄러운 통계이다. 노인들은 경제난과 고독감 때문에, 학생들은 성적 고민 때문에, 가장들은 실직과 경제난 때문에 자살을 하고 있다.

개인적인 절박감을 어느 곳에도 호소할 수가 없고, 들어주고 관심 갖는 사람도 없고, 희망이 없기에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자살은 사회적 책임이 동반되어야 한다. 사회적으로 자살을 예방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주변을 돌아보면 여기저기서 상처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상처 입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우리 모두는 상처투성이의 모습일지 모르겠다. 상대방에게 위로와 격려를 해 주어야 하기도 하고, 상대방으로부터 위로와 격려를 받아야 할 존재들이다.

삶에 지쳐 쓰러지기 직전이라도 희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주변으로부터 사랑과 관심을 받는 사람들이다. 독설로 사람을 쓰러뜨릴 수도 있지만, 따뜻하고 부드러운 격려로 절망에 쓰러진 사람을 일으켜 세울 수도 있다.

유난히 추운 올 겨울 한파를 녹일 수 있는 방법은 따뜻한 말 한 마디이다. ‘말로 온 공을 다 갚을 수 있다’, ‘말 한 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 ‘곰은 쓸개 때문에 죽고 사람은 혀 때문에 죽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아’ 다르고, ‘어’ 다른 말을 잘 가려서 하기만 해도 상대방을 행복하게 또는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

돈을 투자하지 않고도 환한 미소, 상대방을 배려한 말 한 마디는 고독감과 불안감을 단절하기 위해 자살을 쉽게 생각하고, 불안해 하는 현대인을 살릴 수 있는 처방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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