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보면 짙은 안개로 인해 불과 몇 미터 앞도 식별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안개가 바로 걷혀 그 현상이 바로 멈추면 다행이련만 하루종일 그 상태면 답답하고, 지루하고, 생활의 리듬마저 깨질 수 있다. 지금 우리의 정치현실이 이처럼 한치의 앞을 내다 볼 수 없을 만큼 혼미를 거듭하고 있어 짜증나는 것이 만성이 된 듯하다. 자고 나면 각종 비리사건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요즈음 700억 가까이를, 그것도 7일만에 모았다는 마치 동화에서나 있을 법한 현직 대통령 사돈의 펀드조성사건, 노인들에겐 이름도 생소한 듯한 단체인 참여연대의 4월 총선에 앞서 낙천운동 대상자 발표, 한때는 정치의 일선에서 좌지우지했던 인사들의 구속사건 등. 하루가 멀다하고 도대체 종잡을 수 없는 상상조차 못할 일들이 불거져 나오니 내일은 또 무슨 사건이 터질지...... 혹자는 필요 없는 곳에 신경 쓰지 말고 자기 일이나 열심히 하라고 질책할지 모른다. 그러나 보지도, 듣지도 못하지 않는 한 지금의 현실은 정말 우울하고 안타까운 심정뿐이다. 새 정부가 들어 선지 이제 겨우 1년. 국민들에게 희망과 꿈은 주지 못할망정 정권말기에나 있을 법한 각종사건 때문에 민생은 뒷전이고 연일 정치싸움으로 소일하고 있다. 누구 한사람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4월의 총선에만 혈안이 돼 있다. 분명한 것은 누가 무엇이라 하든, 또 이 사람은 되고 이 사람은 안 된다고 목이 쉬고 피가 맺히도록 낙선운동을 펼쳐 보아도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투표 또한 유권자가 하는 것이다. 이제는 옛 자유당 시절과는 다르다. 누가 시키고 계몽한다고 해도 본인의 양심과 소신껏 주권을 행사할 것이니 만큼 그렇게 어리석게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국민은 없음을 인식해야겠다. 지금 농촌에서는 정국을 진흙탕에서 서로 공을 빼앗고, 빼앗으려는 럭비 선수들의 몸싸움 장처럼 바라보고 있다. 심지어 ¨그 사람이 그 사람인데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지느냐?¨는 식의 탄식마저 흘러나오고 있을 정도다. ¨4월 총선에 관심조차 없다¨는 순박한 시골 사람들의 항변을 정치권에서 어떻게 받아들이려는지? 우연의 일치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미묘한 상대성이 있어 보이는 맞불작전 식의 발표도 있었다. 엄청난 대선 자금 소식을 접하면서 처음부터 소신과 신념을 가지고 정치자금을 거부했더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국민들은 이제 제발 하루속히 짙은 안개가 걷히기만을 염원하고 있다. 밝고 새파란 하늘을 보고, 희망찬 밝은 미래를 꿈꾸면서, 마음 편히 생업에 종사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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