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추곡수매가 한창이다. 전국 어디를 가나 풍년으로 아직도 논에는 황금물결이 넘실대고 있다. 물벼수매현장을 찾아보니 농민들의 표정이 우울한 것이 역력하였다. 그 이유로 앞으로 농민들에게 희망이 없다는 말이 이구동성으로 들린다. 첫째로, 금년을 예로 들면 풍년은 되었지만 추곡수매가가 벼 한 가마당 약 2000원 정도가 낮게 책정되어 농민의 마음을 추스르지 못했다는 점이다. 물론 농산정책의 일환으로 수매가가 낮게 책정되었다 하나 인플레율을 보상해주지 못할망정 벼수확 농민에게 고스란히 전가시키는 것은 문제가 많다. 둘째, 정부에서 농산물 전면개방으로 정책노선을 잡은 것도 한국의 현실에 비추어 사려 깊지 못한 처사다. 일본을 예로 드는 경우가 많은데 일본은 관세장벽을 약 900%로 시작함과 동시에 농민들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해 주었지만 한국의 경우 관세율을 약 450%정도를 시작으로 협상대안으로 내놓아 매우 열악한 형편이다. 뿐만 아니라 도시민, 비농민을 대상으로 수요공급의 원리나, 경제원리에만 급급해서는 안 된다. 농업정책은 최우선이 농가와 농민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 한국의 농촌과 농업이 노인들에게 버려진 측면이 강한데 이것이 한국농업의 장래를 암울하게 하는 것이다. 건강한 고령농민들을 제도적으로 홀대하는 정책은 바로잡아야 한다. 또한 젊은 세대들이 농업을 계승하도록 정책을 적극 지원하여야 농촌과 농업을 살릴 수 있다. 왜 농민을 살려야 하나? 산업화 과정에서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농민을 우대하고 존중해 온 나라가 삶의 질이 높은 선진국을 건설한 것이다. 세계 최대 강국인 미국은 공업 국가인가? 아니다. 농업국가다. 농산물개방(우루과이라운드)에 가장 선봉에 선 나라가 미국인 점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닌가? 패션의 최선국인 프랑스는 어떤가? 물론 농업정책을 최우선시하는 농업국가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 양질의 포도주가 동나버리자 프랑스 비행기 몇 대를 긴급 동원하여 포도주를 우리 나라에 수출한 나라가 프랑스다. 포도생산을 장려하기 위해 수백년동안 지탱해온 정책 때문에 오늘날도 농민이 풍요롭게 살고 있는 것이다. 어디 그 뿐인가? 유럽에서 가장 살고 싶은 나라에 늘 랭킹 3위안에 드는 덴마크는 물론 농업국가다. 가축은 물론 화훼단지를 만들어 국가가 앞장서 수출정책을 뒷바라지했기 때문에 오늘의 세계 최고의 질 높은 선진국을 만든 것이 아닌가? 소련과 동구라파 공산국가들이 21세기를 맞지 못하고 공산국가로서 왜 멸망했는가? 농업을 등한시 하고 농업정책의 실패가 나라를 망친 것이다. 공업정책, 중공업정책에만 치중하고 농업을 등한시 하다보니 30여년이 지나면서 농촌은 피폐해지고 농업인구가 퇴락해 가면서 농업생산성도 낮아져 농산물을 값비싸게 수입해야 했다. 공산품을 팔아 값비싼 농산물을 사야했으니 나라가 망한 것이다. 정답은 나왔다. 행복의 질이 높은 살고 싶은 나라, 한국을 건설하는 길은 농민을 살리는 길이다. 모든 정책보다도 최우선적으로 농촌을 살려내자. 쾌적한 환경, 물수급 정책도 풍요로운 농촌을 만들면 부차적 선물로 우리에게 부여되는 것이다. 농민을 울리지 말고 우리 농민을 활짝 웃게 하자. 그 길이 한국이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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