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알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모르는 일이 참 많다. 그래서 아이들이 크면서“엄마 나는 어디서 왔어요.”라는 질문을 하면, 엄마가 당황하여“응 그게 말이야, 다리 밑에서 주워왔지.”라고 얼버무린다.그러면 아이는 다리 밑에 사는 거지를 상상하며 “앙”하고 울어버린다.사람들은 하늘을 이고 땅을 밟고 살면서도, 하늘과 땅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더 신기한 것은 우리나라의 신화나 전설에도 그런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단군이나 주몽 신화는 물론, 혁거세 신화도 하늘과 땅이 어떻게 생겼는가는 말하지 않는다. 이미 존재하
“지하철이 들어오는 소리보다 2.5배 더 시끄러운 소리를 내고마예.”“매미는 어쩜 그리 크게 울까?”“수컷의 커다란 배딱지를 살짝 들춰보면, 하얀 진동막이 보이는데, 그 속에 소리를 내는 특별한 근육이 있고마예.”“진동막?”“진동막을 북처럼 둥둥 울리며 소리를 엄청나게 키운다 아이가.”“거참, 신기한데.”“‘씽~ 씽~’하며 우는 건 털매미, ‘지글~ 지글~’ 소리 내며 우는 건 유지매미, 유난히 큰 소리로 ‘차르르~’ 우는 건 말매미제.”“그밖에?”“‘쓰름~ 쓰름~’ 우는 쓰름매미, ‘맴맴맴~’ 울다가 ‘매앰~’ 하고 끝맺는 참매미
제천과 방축천이 만나서 금강으로 흘러가는 들판에 야산 하나가 있다.동서남북 사방에 있는 마을 사람들이 서로 아끼기 때문에 ‘공동산’이라고 불렀다.봄에는 진달래 꺾는 총각과 쑥캐는 낭자의 웃음소리여름의 계곡물에 발을 담그니 가재새끼들이 몰려든다 가을에 노랗게 물든 들판으로 모이는 총각과 처녀들겨울의 화롯불처럼 총각들을 애태우는 낭자들의 미소사람들은 모이면 사철가를 부르며 노는데, 같이 노래하다 보면,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쉽게 친해져, 조그만 일에도 깔깔거리며 웃는다. 그래서 그런지 공동산을 둘러싼 마을에는 해마다 풍년이 들었고, 그
“아, 일테면, 우리 이사장님의 일편단심 교육계에 헌신하신 업적을 길이 기릴 수 있도록 말이지.”“그쎄야…”“이봐요, 무슨 오리가 타조 알 낳는 소릴 하고 있어, 내 얘기는 말일세…”이사장 아들은 교장, 교감을 바꿨다. 그는 교장에게 잘해야 중임시킨다고 압박하고, 승진 인사비로 몇천만원씩 상납받았다는 얘기가 돌고 있었다.이렇듯 군림하는 사학은 통제받지 않는 왕국이 됐다.한국에서 사립고의 위치는 독특하다. 학교운영비를 공립처럼 세금으로 지원받으면서도 인사, 재정분야는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일단 학교만
제천의 왕버들은 혼자 서있는 것이 외로워서 그런지, 듣는 이가 없어도 보고들은 것을 쉬지 않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찾아가면 언제든지 들을 수 있는 것이 왕버들의 이야기다.“이등박문이 조선을 침탈할 때니까, 100년도 더 되었을 때라네, 왜놈들은 조약을 맺을 때마다 우리의 권리를 빼앗더니, 나중에는 농토까지 빼앗아버리더라고. 그래서 농토를 잃은 농민들은 왜인의 소작인이 되거나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지.”내가 왕버들 아래를 지날 때, 마침 이등박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그가 얼마나 우리 민족을 모독했는지를 잘 아는 나는 그냥 지나칠
“내 교육계 수십 년간 있어온 이래, 전 선생같이 열성적인 분은 처음이예요.정말, 전 선생은 요즘 보기 드문 교육철학을 가진 것 같아요.”“별 마씀을…”“우리 존경하는 이사장님과는 고모라고 하던데…”“뭐꼬예. 아무런 관계도 없고마예.”“허! 전생도 대단쿠먼!”교장은 봉준이가 어떻게 이 학교에 채용이 될 수 있었는지 의아해했다.이사장과의 특별한 사이가 아니라면 불가능했다. 교장은 봉준이를 살짝 띄우면서 관계를 알고자 했다.“제는 밭한떼기, 돌맹이 하나라도, 온 세상 모두에 것이라 생각합니더.”“그럼요. 그래서
벙축천 쉼터의 왕버들은, 흐르는 물을 머리라도 감으려는지 엎어지듯 뻗어있다. “두 그루가 하나로 합쳐진 거야, 한 그루가 둘로 갈라진 거야?”왕버들 앞의 그네 의자에 앉아서 주고받는 남녀학생의 말을 듣고 보니, 그런 것 같았다. 학교에 있어야 할 학생들이 그곳에 있는 것이 이상하여, 의심어린 눈으로 바라보았으나, 그들은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희희덕거리며 위로 올라가는데, 걱정스러웠다. “좋을 때가 아닙니까. 그리 걱정하지 마세요.”불안한 눈으로 바라보는 나에게 왕버들이 말을 건다. 놀란 내가 고개를 들고 쳐다보
“정부의 정책 추진 의지와 소신이 아무리 확고하다 하더라도, 제도에 대한 일부 선생님들의 인식 부족과 반대 또한 만만치 않아요.”“선생님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해야 고마.”“그렇게 해도 제대로 된 성과가 나오기 힘들어요.”“와예?”“전선생, 당국에서 이 학교, 저 학교 찾아가 제발 한번만 해달라고 통 사정을 해야 하는 경우, 그것이 제대로 된 연구로 이어지기는 힘들다는 말예요.”“그람 어쩔꼬?”“그렇다면 학교장은 학교 경영에서 누구의 말을 듣고 누구의 뜻에 따라 움직여야 유능하고 훌륭하다는 말을 듣겠어요?”“강하게 밀어붙여야 되
세종정부청사의 국가보훈처 앞을 흐르는 방축천에는 200년 이상이나 세상을 살았다는 왕버들 세 그루가 있다, 연륜에서 빚어나는 풍류가 오가는 시민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80 평생에 오늘처럼 즐거운 날은 없었다.”혼잣말을 하며 걸어오던 노인이 왕버들 아래에 앉는데, 온 몸에서 환희가 넘쳐흐른다. “나는 부모를 잘 만나 배곯는 일 없이, 중학교도 가고 고등학교도 다녔지.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 연애도 했고, 좋은 직장에서 임원까지 했으니, 아쉬울 게 없는 인생이었어. 외국여행이 어려울 때, 나는 국교도 없는 중국과 소련에도 다녀왔지.
독립을 허가받은 셋째 왕자 산이 산학리에 있는 산에 날아가 보았더니, 봉우리가 셋이었다. 산은 가운데 봉우리에 내려서며옥황상제의 공주님이 나의 어머니고,공주와 혼인한 하백이 내 아버지라오.천지의 기상으로 예쁜 꽃을 피우겠다. 산천가를 불렀더니, 산자락에 사는 신과 인간, 그리고 산속을 뛰어다니던 동물과 하늘을 날던 새들까지 모여들었다. 산은 그들이 자기를 환영하는 것으로 알고“내가 살기 졸은 세상을 만들테니, 나를 따르도록 하라.”장군산에 오게된 목적을 이야기했다. 그러면 모두 쌍수를 들어 환영할 줄 알았다. 그런데 물끄러미 쳐다만
하루는 교장이 봉준이를 조용히 불렀다.“부끄러운 얘기지만, 언제부터인지 교장들 사이에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불문율이 있어요.”“뭐꼬?”“학교안의 시끄러운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가면 절대로 안 된다는 거요.”“뭐꼬?”“선생님들과 싸우게 되면 교장은 백전백패한다는 것이 그거예요.”“어떤 조직이건 서로 화합하지 못하고, 티격태격 싸우고, 내분을 보인다면 결코 좋은 조직이라 할 수 없지예.”“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이런저런 문제로 싸우게 되면, 그 시시비를 떠나 윗사람의 인간적 도량이나, 인품이 먼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는 게 일반적이에요.
“아버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둘째 왕자 부는 하직 인사를 드리고 부용리의 산으로 날아갔다.북진하던 강이 서남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물굽이가 잘 보이는 곳이다. 부는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산을 오르내리며, 상채기가 난 곳은 어루만져주고 모자란 곳은 채워주었다.부가 몰고 오신 바람과 불어 모으는 눈비로산에는 꽃이 피고 들에는 오곡이 풍성하네 이곳 저곳에서 부의 은덕을 칭송하는 노래가 들렸다. 그러던 어느 날 밤이었다. 그날도 하루의 일을 끝내고 돌아와 밝은 달을 바라보며 쉬는데, 어디선가 흐
달력이 마지막 장이 되면서 학교는 이어지는 평가로 분주하다.기말고사를 마친 3학년 학생들은 자신의 인생에서 첫 번째의 선택지에 서 있고, 1학년 학생들은 기말고사 준비, 봉사활동 등 낯설었던 1년을 갈무리하기에 여념이 없다. 교원평가와 근무평정의 주무부서인 연구부 선생님들에겐 학교 평가까지 코앞에 기다리고 있다.교사가 자신의 교육활동을 동료교사, 학생 학부모의 입장에서 평가받고 개선 방안을 찾는 것은 필요한 과정이다.특히 학생과 ‘교감이 있는 교육 활동’을 위해서는 가르치는 입장에서 벗어나 학생 입장에서도 성찰해봐야 한다. 마치 자
자식을 예뻐하는 것은 신이나 인간이나 똑같다.삼둥이가 귀여워 못견디겠다는 하백은 삼둥이를 배에 태우고 다니기를 좋아했다. 그러면서도 삼둥이를 혼동하는 일이 많았다.“반아 이리 좀 오너라.”“저는 부인데요. 어제는 산이라더니 오늘은 반이라니, 내일은 뭐라고 부르실 거예요.”삼둥이들은 자주 헷갈리는 아버지가 재미있다며“아버지 제가 반이게요, 부이게요? 아니면 산이게요?”일부러 놀리기도 했다. 셋은 커갈수록 도술도 늘어가는데, 아버지를 닮아서 그런지, 약자를 괴롭히는 것을 보면 참질 못했다. 게다가 예의까지 밝아 칭송이 자자했다.더 기특
“고교생활 3년을 통해 여러분들의 수고하는 깊이와 사고의 높이에 따라 사람됨이 결정됩니다. 먼저 바른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고등학교가 대학을 들어가기 위한 예비학원이 되어선 안 됩니다. …교실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며 인간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더불어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묵묵히 수고한 것이 어떤 보람으로 결실하는지를 경험하기 바랍니다. 내가 조금 손해 보며 남을 위해 조금 더 충실히 일 해주는 생활이 진정한 것입니다. 그 다음이 공부입니다.”봉준이의 교직 첫걸음부터, 그 가슴에 싹튼 화두는 ‘소통과 공존
틈만 나면 그들은 장독대에 둘러 앉아 섹스에 대한 음담패설로 소일 하곤 했다. 어떻게 남자들과 즐기는지 쑥덕쑥덕 댔다.“저 부부는 바로 잔대. 저 돌덩이 같은 여자는 오래전부터 얼치기 회사에 다니는 놈이랑 글쎄, 눈이 맞아 바람이 났대.”“호호호, 참 별꼴이야. 시상에 저런 몸뚱이를 하고서도 바람을 다 피울 줄 알고.”“그러게 말이야. 세상 참 말쎄랑께. 호호호…”봉준이가 그런 일에 관심을 가질리 없다.봉준이는 새벽 세시만 되면 어김없이 하품을 하며 신문배달을 나섰고, 차가운 빵조각을 입에 물고 소리 없이 책과 씨름해야
“옥상상제님 은덕으로 삼둥이를 보았습니다.”삼둥이를 본 하백은 즉시 옥황상제를 찾아 뵙고 감사인사를 드렸다.“하백에게 구룡거를 내주도록 하라.”하백의 보고를 받은 옥황상제는 “천하에 손자를 두게 되어 기쁘도다”라고 기뻐하며, 아홉 마리의 용이 끄는 구룡거를 타고 하늘나라를 구경하라고 허가해주었다. 그런데 그것은 특별한 대접으로, 공주도 구룡거를 타고 구경한 일은 없다한다. “그래, 구경한 기분이 어떤가?구경을 마치고 돌아온 하백에게 옥황상제가 물었다.“하늘에서 내려다보고 천하가 넓다는 것을 알았습니다만, 제가 사는 금강이 얼마나 아
자취집 가까운 신문배달국에서 신문을 배달했다. 새벽 찬물에 잠을 쫓으며 책을 펼쳤고, 신문 배달 일을 마치고 모두 잠든 시간에도 공부했다.그러나 매일 새벽 세시에 일어나야하는 것은 한마디로 끔찍했다. 서럽게 일했지만 세상은 애써 외면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소중한 자신의 꿈을 이뤄야 했기 때문이었다.밤새도록 술을 퍼마신 주정꾼도 잠들어있고, 버스도 다니지 않고, 쓰레기 수거차도 다니지 않는 꼭두새벽이었다. 아침 일곱시가 되어서야 배달을 마칠 수가 있었다. 힘들게 배달을 하고 제대로 몸조차 씻을 기력도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창문을 열고
세종시에는 두 개의 장군봉이 있다.하나는 북진하던 금강이 서남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부용리에 있고, 또 하나는 구절초 축제로 유명한 영평사와 인재를 키우는 영상대학이 산등성이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는 장군면에 있다.가까운 곳에 조선의 영토를 두만강 연안까지 확장시킨 김종서 장군의 묘까지 있어, 장군봉이라는 이름이 잘 어울린다.같은 이름의 장군봉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장군봉 이야기를 하다보면 엇갈리기 쉬운데, 그리 멀지 않은 반포면에, 또 하나의 장군봉이 있다.팔도의 좋은 신들이 모여든다는 계룡산을 지키라도 하겠다는 것인지, 떡
옛날 옛날, 그것도 아주 먼 옛날, 가벼운 것은 위로 떠올라 하늘이 되고, 무거운 것은 가라앉아 땅이 되었는데, 뜨거운 땅이 뒤틀려 식으면서, 높은 곳은 산이 되고 낮은 곳은 강이 되었다. 그 뒤로도 산에 고인 물이 계곡으로 흘러내리며 물줄기를 이루었다.“옥황상제님, 저렇게 흩어진 물줄기들을 하나로 모아서 흐르게 하면 어떨까요.”“그게 좋겠다. 네가 한 번 그렇게 해보거라.”이리 저리 어지럽게 흐르는 물줄기들을 하늘에서 내려다 보던 천자가, 하나로 모아서 흐르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말하여, 옥황상제의 허가를 받자, 곧장 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