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간은 천엽과 함께 술안주로 배웠제.”“익혀 먹어야 한다는 경고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생으로 먹제.”“모르겠어. 나도 어지간히 먹어왔던 생간. 천엽은 꼬들꼬들하고 생간은 물컹거리지.”“그 조합이 꽤나 어울리제. 닭 간도 많이 먹었제. 집에서 백숙을 하면 간은 아버지와 내 차지였제. 모래집은 물론 간과 작은 콩팥까지, 소금 툭 찍어 먹으면, 간 특유의 질감이 혀에 길게 묻제. 피 냄새 같은, 그래서 더 자극적인 그 맛이 아직도 혀에 있제.”“종종 가던 닭 꼬치집에서 구이를, 딱 소금만 쳐서 구운 닭 간은 술안주로 제격이야.”“게다가
“맛은?”“워낙 싸고 허름한 요리라 노동자들이 바글바글했제.”“탕 맛이 좋았군.”“맛도 좋고 양이 푸짐해서 인기가 있었제.”“요새 닭 내장탕 하는 집을 보기 힘들어.”“요즘은 술을 예전같이 많이 마시지 않지만, 내는 도대체 내 그때 뭘 그리 견디지 못했는지, 지금도 도통 알 수가 없고마.”“아마 새파랗게 젊다는 사실 자체가 버거웠던 게 아닐까.”“이노메 계집애야 젊음을 기렇게 쓸 거면 날줘, 하는 소리가 기때의 내를 향해 저절로 튀어나오지만, 이미 지나가버린 세월이제.”“화려하거나 예쁜 인테리어나 아기자기한 음식을 좋아하지 않아서,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나쁜 짓을 하는 자를 도적이라고 말하는데, 산에 숨어 있다가 지나가는 나그네의 물건을 빼앗는 자를 산적이라고 하고, 배를 타고 가는 사람들의 습격하고 물건을 빼앗는 도적을 해적이라고 한다.“그러면 왜구는 뭐예요.”“응, 그것은 아무데나 쳐들어가서 방화하고 약탈하는 왜인을 말한단다.”그렇다. 왜구들은 남을 해쳐야 살아갈 수 있는 왜인들로, 게으르지만 칼과 창으로 사람을 죽이는 일에는 능하다.그런 왜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든 빨리 해치우는 능력이다. 원하는 것이 어디에 있는가를 재빨리 알아내고, 재빨리 잠입
봉준이는 소주 한잔을 따랐다. 고달픈 젊음을 살아왔고, 여자문제 또한 그리 순탄치 못했다.“그래, 식당은 잘 되는가 봐.”“기래, 제법 잘 되고마.”봉준이는 흡족한 웃음을 지으며 한 쪽 눈을 찔끔했다.“어떤노 저 여자.”하림은 주방 쪽에 시선을 두고 있다.“눈 높은 너이니까, 저런 미인하고 같이 만났겠지.”“하하, 정말 미인으로 보이노?”“그래, 임마.”“애들 가르치던 일을 그만두고서는, 종종 가던 닭꼬치집에서 구이를 배웠제. 딱 소금만 쳐서 구운 닭 간은 술안주로 제격이제.”“제법이야.”“일본식으로 와사비를 발라먹어도 좋아.”“유
바다나 강을 다스리는 왕이 사는 집을 용궁이라고 하는데, 강이나 바다 밑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강물을 타고 흘러가다 도착하는 곳이나 배를 타고가다 이르는 섬에 있을 수도 있다. 아주 먼 옛날에 물놀이를 좋아하는 수천이라는 신이 있었다. 당산 자락에 사는 그는 헤엄에 능하여 틈만 나면 미호천에서 나가서 놀았다, 그러던 어느 날 “도대체 이 강물은 어디서 흘러오고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물이 오가는 곳이 궁금하다며 강을 거슬러 올라가 보았더니, 충청북도 음성군에 있는 472미터의 망이산이었다.수천이는 망이산 계곡에서
2018년 4월 27일 9시 29분에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악수를 하더니, 같이 분계선을 넘나든다.그것을 보는 나의 눈에는 나도 모르는 눈물이 솟았다.이해할 수 없었던 국무위원장의 헤어스타일에도 정감을 느낄 정도의 감동이었다. 그 이후에 들리는 뉴스들이 통일과 평화를 기대하게 한다.뉴스를 반복해서 듣느라 텔레비전 앞을 떠나질 못하는데, 29일에는 일본의 아베 총리가 우리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했다는 뉴스가 흘러나온다. 우리 대통령이 국무위원장에게 일본인 납치문제를 거론한 것에 감사를 표한 것
그러나 과거의 쓰라린 교육현장, 노동현장에서의 체험은 그를 가만히 있게 놔두지 아니했고, 그를 철저한 노동운동가로 대변신케 했다.그러던 차에 우연히 여자를 알게 되었고 그녀는 재산도 꽤 있었다. 그녀와의 생활은 그런대로 여유로울 수 있었다.장하림. 그녀는 조직적인 견실성을 머리에 그리면서 봉준이의 육체적인 향수에 사로잡혔다. 하림은 모든 남성에게서 무엇인가를 발견했다. 남성의 사회적 능력보다는 육체적인 장점을 훨씬 좋아할 정도였다.얼굴은 꽤 매혹적인 미모를 갖추었으나, 다만 자신의 단점에 대해서 지껄이지만 않아 주면 되었다. 자신의
세종시에서 공주로 넘어가는 길에 낮은 고개 하나가 있다.옛날에는 모두 걸어서 넘었으나 현재는 자동차로 넘어 다니기 때문에 고개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 않은 것 같다. 고개의 오른쪽에 높게 설치된 나무층계를 올라서 둘러보면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위례성에 도읍한 백제는 현재의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와 낙동강 중류 지역, 강원도, 황해도의 일부 지역을 포함하는 영토를 통치했다. 세력이 당당하여 탐라국을 병합하고 침략하는 고구려를 반격해서 고국원왕을 전사시키기도 했다.그랬던 백제가 신라에게 한강 유역을 빼앗기더니 금강가의 명당을 찾아
봉준이는 한 번도 변명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이미 학교에서 그를 동성애자로 낙인찍었기 때문이다. 그는 집단의 폭력에 의해 개인성이 파괴되고 끝내 추방되는 과정을 겪었다.그에겐 애기가 있었고, 결혼 생활은 점차 힘들었다. 그러던 차에 생계유지상 어쩔 수 없이 공장에 위장 취업을 하였다. 공장에 3교대 근무를 하였는데 참으로 우스운 곳이었다.고참이란 자들은 야간 근무 시 일찍 체크시트를 미리 작성 해 두고, 10시경부터는 아예 잠자리에 들었다. 공장 내에 별실이 있었는데, 그 안에 들어가 밤새 잠만 자고, 교대조가 들어올 아침녘쯤 현장
미호천이 금강과 처음으로 만나는 곳이 합강리인데, 두 물줄기가 만날 때의 기싸움은 대단하다.서로 으시대며 잘난체하는 것이 사람들이 하는 짓과 똑 같다.서로 강하게 보이려고 전력으로 달려가 부딪친다. 그래서 물줄기 만나면 물방울을 “찰싹”하며 물방울을 튕기는데, 그런 기싸움은 합류한 후에도 계속된다. 서로 잘났다며 엎치락 뒤치락거리며 위로 올라서려 한다.그뿐만이 아니다, 내가 더 멀리 왔다느니, 내가 더 아름다운 경치를 보았다느니, 자기가 돌보는 물고기가 헤엄에 능하다는 등 자랑을 해댄다. 그러다 화가 난다며 붙잡고 뒹군다. 그러다
다음날 그 반 학생들은 담임한테 모두 장단지가 시퍼렇게 멍이 들도록 흠씬 두들겨 맞았다. 그 반은 봉준이가 담임으로 맡고 있는 반으로 자신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로 여겼고, 그는 몽둥이로 시퍼렇게 멍이 들도록 체벌을 가했다.거의 마지막 학생 차례에서 몽둥이를 들려는 순간이었다. 그 학생이 물거품을 품으며 예상치 못하게 쓰러져버리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급기야 응급실로 이송 도중, 그 학생은 심장마비로 숨을 거두었고, 그 사건은 봉준이와 학교의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 후로 학교에서 야구를 하는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봉준이에게
세종시 소방서를 뒤에서 감싸는 봉우리가 성재봉이다.지금은 높이를 자랑하는 아파트군에 가려 존재가 미미하지만, 우리나라의 발전과 영광을 보장하는 세종시가 들어서기 전까지는 존재감이 확실한 봉우리였다.귀하고도 귀하다는 금개구리가 자란다는 장남평야, 들판이 넓고도 넓어, 이리 나고 저리 난 물길에는 물고기와 새우들이 어울려 숨바꼭질을 하다 지치면, 파란 하늘의 흰 구름을 바라보며 숨을 가다듬는 장남 평야, 금강에서 인 바람이 서둘러 달려도 한참을 달려야 하는 장남평야를 그윽이 내려다보며 서 있는 것이 성재봉이었다.가치를 크기에서 구하는
세종호수공원 안에 서있는 정자는, 좋은 사람과 마주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지는 곳이다.빨간 층계가 있어 지붕의 단청이 더 아름다운 정자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주하는 사람이 신선 같고, 이야기에서 품격이 스며 나와 다시 오고 싶어진다. 그래서 정자에 들려서 이야기를 나눈 쌍은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나.지금은 정자가 서있지만, 원래는 씨를 뿌리고 거두는 들판 가운데의 언덕이었다.그 언덕에는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와 혼인을 맺었다는 총각의 전설이 있다. 그런데도 들려주는 사람이 없어 정자에서 쉬었다 가는 사람이 많은데도
결론적으로 우리는 해방후 ‘아래로부터 개혁’을 추진해야할 교원단체가 제대로 뿌리 내리지 못해왔던 셈이다.“이사장 아들은 30대 초반의 평교사로서 도덕 주임을 맡고 있었는데, 형식상 교사였지 재무·인사를 총괄하고, 교사채용과 학교재산 거래에도 관여한 그는 재단의 실력자였제.”학교를 휘젓고 다닌 ‘무소불위’ 권력은 곧 비리의 몸통이 됐다.그는 자신과 돈을 받고 영어 교사를 부정 채용했다. 1차 필기시험 출제자인 교사에게 40문항의 영어문제를 주고 ‘그대로 출제하라’고 지시했다.필기시험에 1등을 했다. 소문이 나 교육청 감사가 시작되자,
세종시에는 오가낭뜰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공원이 있다. 그런데 오가낭이라는 말의 의미를 아는 사람을 만난 일이 없다.오(吳)씨의 사당을 지키는 다섯 사람을 의미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백제에 속했던 이 지역에는 전(全) 목(木) 연(燕) 진(眞)씨가 많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무리가 따른다. 바람이 선선한 여름밤에 훤하게 비춰주는 달빛을 받으며, 오가낭뜰을 둘러싼 숲길 걷는데, 바람에 흔들리는 숲에서 이런 소리가 들린다.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의 하늘나라에, 나쁜 짓만 골라서 하는 악귀가 살고 있었다. 세상에 역병을 퍼
거짓말은 거짓말일 뿐이고, 세상에 돌이킬 수 없는 것은 없다고 외칠 용기가 없는가.학교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 된 것, 훼손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이었다.“전교조는 합법화에만 10년 가까운 세월이 걸렸제.”“보수 세력의 견제로 툭하면 정치적 이슈에 휘말렸어.”“기래서 원했던 교육의 본질적인 면에 주력할 여유가 없었제.”한국에서 교육개혁을 꿈꿨던 교원들의 시도는 싹을 틔우기도 전 색깔론 딱지가 붙으며 처참히 좌절됐다. 1960년 학교 민주화를 표방하며 4.19 교원 노조가 출범했지만 용공이라는 색깔론이 씌워
당산에 솟은 상수리나무에 둥지를 튼 까마귀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침략으로 부국을 이루겠다는 일본제국이 조선의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끌고 가더니, 나중에는 소녀들을 끌어다, 전쟁을 하다 살인마가 된 일본병사를 위로하는 성노예로 삼으려 했다.그것을 안 부모들은 어린 딸들을 서둘러 혼인시켰다.그래야 성노예로 끌려가는 일을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 금순이도 같은 마을의 총각과 혼인하여 성노예로 끌려가는 화를 면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6,25가 터져, 입대한 신랑이 전사했다는 통지서가 날아왔다. 그리고 며칠 지나서 잉태했다는 사실을 알
족벌이 장악한 학교에는 어떠한 견제장치도 없다.이사회 감사도 한 통속이고, 교원인사위원회나 학교운영위원회는 문서상으로만 존재한다.교사, 직원도 친·인척으로 채워진다. 학교시설투자나 학교 복지는 안중에 없다. 남학생 800명이 쓰는 4층 건물, 화장실이 1층에 1곳 있어도 신경 쓰지 않는다. 학교법인에서 학교에 내는 돈은 0원, 이사장이 학사행정에 개입 할 수 없다는 말은 법에만 나올 뿐이다.10만원이 넘는 돈은 이사장 결재를 얻어야 하고, 방학하는 날짜와 시험기간 교사들 퇴근시간도 5분 전에 이사장이 명령해야 공지가 된다. 설립자란
“교장이 교사들의 수업 장악과 교실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한 복도순시를 하제.”“아직도 그런 전근대적 행위가?”“문제가 있는 수업에 대한 장학 형태의 교사 상담 업무가 교장이나 교감의 하루 주요 업무 중의 하나고마.”“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어.”“청결을 중시하는 교장은 청소를 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경우도 더러 있제.”“독일이나 프랑스 교장이 들으면 샘이 날지 모르겠어.”“하루 종일 바쁜 독일의 교장과 달리, 우리나라 교장, 교감은 수업과 생활지도 상담역할을 하지 않기 때문이제.”“잘못된 것이 분명해!”“공문처리, 학생 생활지도와 상
자기들을 지켜주는 신이 내려온다고 믿는 산을, 당산이라고 한다.옛날부터 사람들은 뒷동산이나 높은 곳에 올라 신의 은혜에 감사하며 새로운 소원을 빌었다. 그러면서 춤추고 노래하며 신을 즐겁게 해드리려 했다. 그래야 기분이 좋아진 신들이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때 좋아하는 음식이나 금품을 같이 바치면 더 좋아한단다.그런 의례는 대체로 봄과 가을에 이루어지는데, 봄에는 뿌린 씨앗이 잘 자라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가을에는 풍년이 들게 해준 것을 감사한다. 그런 의례를 주도하는 사람을 제주라고 하는데, 제주로 뽑힌 사